이번은 감동 scene 입니다. Ready, Action!
scene
어제는 1솔, 2솔이가 학교 캠프 때문에 학교에서 잠을 잤다. 특히 1솔이는 6학년이라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캠프였다. 나도 어렸을 때 했던 캠프가 생각난다. 우리끼리 밥 해 먹고, 게임하고, 즐거웠던 순간들... 나는 이것을 인생의 장면이라 부르고 싶다. 영화도 작은 scene(장면)이 모여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여러 장면들이 모여 학창 시절을 가득 채운다. 문득 1솔이의 6학년 장면들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세요?"
6학년 첫 학부모 모임 때 담임선생님이 하신 질문이다. 담임선생님은 초등학교 마지막해에 아이들에게 멋진 '장면'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감동이었다.
학기 초 1솔이에게는 잊지 못할 장면이 있었다. 첫 번째 장면은 학교 자치 활동으로 동아리를 모집했는데, 1솔이가 열심히 준비한 야구부에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 동안 1솔이는 시무룩한 모습으로 지냈다. 위로를 해줬지만 큰 효과는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1솔이는 얼굴이 밝아져서 돌아왔다. 나는 갑자기 변한 표정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들,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었어?"
"어, 오늘 담임선생님하고 캐치볼 했어."
"정말? 좋았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처받은 1솔이가 마음에 걸렸던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글러브를 가져오라고 하시고, 본인은 새 글러브를 준비해서 쉬는 시간에 아이와 캐치볼을 해주셨던 것이다. 1솔이와 담임선생님이 캐치볼을 하니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서 함께 캐치볼을 했다고 한다. 동아리 모집은 실패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과 야구를 할 수 있어서 기뻤던 것이다.
아이에게 남을 뻔했던 '실망스러운 장면'이 '행복한 장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장면은 그렇게 자상한 선생님이 갑자기 떠난다는 소식을 접했던 사건이다. 교육청으로 발령이 나서 5월에 떠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1솔이는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러워서 교육청에 항의 편지까지 썼다. 자신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해 준 선생님이 부임 두 달 만에 갑자기 떠난다고 하니 1솔이가 얼마나 실망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 사건은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의 만우절 이벤트였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모두 한바탕 웃었고, 1솔이의 항의 편지는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1솔이의 '분노 장면'이 '재미있는 장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장면은 어제 일어났다. 캠프 전날 저녁 담임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버님, 1솔이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과 통화한 1솔이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선생님이 캠프 장기자랑 때 같이 노래 부르자고 하시는데?"
1솔이는 당황했지만 설렘 가득한 얼굴이었다. 저녁 10시에 악보를 찾고, 노래를 연습했다. 노래 제목은 '나는 문어'. 선생님의 통기타 연주와 함께 듀엣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잘했어? 어땠어?"라는 나의 물음에 "어.잘했어."라는 사춘기 소년의 무뚝뚝한 소감이 있었지만 분명 6학년 생활 중 잊지 못할 장면이었으리라. 초등학교 마지막 남은 1년을 1 솔이는 그렇게 멋진 장면들로 채우고 있었다.
사실 첫 부모 간담회 때 담임선생님이 하신 첫 질문에 나도 바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나에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초등학교 때의 '수치스러운 장면'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합주 선생님은 아주 무서운 분이셨다. 절대음감을 가진 듯 누가 한 음이라도 틀리면 바로 연주를 멈추고 그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큰 북 거기서 반박자 빨리 들어갔잖아. 정신 안 차려!"
얼굴도 항상 인상을 쓰고 있어서 아이들은 합주 시간만 되면 다 얼어있었다. 합주의 교육적 목적은 '자기 소리를 지키며, 남의 소리를 듣는 연습'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하되, 전체의 흐름을 읽는 지혜를 기른다. 그러나 선생님이 무서워서 모두 틀리지 않는 데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내가 맡은 파트는 리코더언 이였다. 나는 건반 악기를 배운 적도 없었고, 합주 시간에는 악기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틀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리코더에 바람은 불지 않고 건반만 눌렀다. 하지만 뒤에서 걸어오던 선생님은 나의 모습을 보고 리코더언 케이스로 내 머리를 내려쳤다. 케이스가 떨어지는 우당탕탕 소리에 연주는 멈췄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 장면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내 가슴속에 수치심과 공포로 남아있다. 그 뒤로 나는 음악을 무서워했고, 가끔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할 때는 공포증이 있어서 자꾸 틀렸다. 나도 모르게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음악을 즐기지 못했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장면들은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은 이렇게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한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어떤 장면을 만들어줄지는 어른들의 몫이다. 행복한 장면들이 많을수록 강한 내면을 가진 아이가 될 것이고, 그 아이가 훗날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장면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아이의 인생은 여러 개의 scene(장면)이 연결되어 완성된다.
오늘은 어떤 scene을 찍을까?
감독은 나다. 시나리오도 내가 쓴다. 배우는 말을 잘 안 듣지만...
감독이 잘 하면 통제가능 하기도 하다.
감동, 사랑, 도전.. 어떤 것을 테마로 할까?
내일이 기대된다.
지금, 여기, Ready, Action!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