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이제 두 발 자전거 탈 수 있어!"
2솔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
"와~ 드디어 성공했어?" 나도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어! 두 번 넘어지긴 했는데 어쨌든 성공했어!"
"와~ 잘했다! 다친 곳 좀 봐봐."
아이가 바지를 들어 올려 무릎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멍이 심하게 들었다.
"많이 아팠겠다. 안 울었어?"
"응! 아프긴 했는데 울진 않았어."
"와~ 장하다. 우리 딸."
2솔이는 엄살이 특기다. 작은 충격에도 큰 소리를 내거나 서럽게 울기도 한다. 만약 그 충격을 준 사람이 오빠라면 그날은 초상집이 된다. 그런 2솔이가 이렇게 큰 상처에도 울지 않았다는 것은 그 놀이가 아주 재미있었거나, 울어 봤자 딱히 이득 되는 일이 없어서일 것이다.
어쨌든 새로운 도전은 그 자체로 박수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했을 때, 아이는 생각보다 크게 또 자란다.
"아빠, 자전거 사고 싶어요!"
이럴 땐, 내 지갑도 더 자랐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당근 찬스를 썼다. 폭풍 검색 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적당한 매물을 발견했다. 2솔이는 오늘 당장 가져다 달라고 조른다. 속으로는 '조르면 아주 다 되는 줄 알아!' 하면서 상대방에게 양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결국 밤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난 밤길을 운전해서 자전거를 모셔왔다. 아이들은 자고 있고, 난 마당에 자전거를 멋지게 세워놨다.
다음 날 아침, 2솔이는 눈 뜨자마자 마당을 달려 나갔다.
"와~~ 아빠 최고!"
방에 있었지만 마당에서 지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또렷하게 들린다. (방음이 이렇게 안 될 줄이야!) 2솔이에게는 오늘이 크리스마스 아침 같았다. 나도 산타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내뱉는다. '그래! 이 맛에 아빠 하지.' (하하하)
2솔이는 마당에서 한참을 타더니 갑자기 우당탕탕 내 쪽으로 뛰어왔다.
"아빠! 라이딩 가자!"
학교 운동장에서만 타던 아이가 이제 자기 자전거가 생겼으니 어디로든지 가 보고 싶었을 것이다. 나도 내 차가 생겼을 때 아무 곳이나 막 드라이브 가고 싶었을 때가 있었으니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난 피곤하다!!! 요리조리 핑계를 대고 안 나가고 싶었지만 2솔이의 표정이 너무 애절했다. 결국 OK 사인을 줬다. '그래 오늘이 2솔이에게는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장비를 챙겼다.
하지만 걱정이 있었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찻길을 타고 가야 했다. 시골이라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차가 빠르게 달려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안전수칙을 여러 번 이야기해 주고, 출발했다. 첫 라이딩이라 나도 걱정이 돼서 뒤로 돌아보았다. 위험한 길은 내려서 걸어가면서 우리는 무사히 어려운 구간을 지나쳤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시원한 바람이 얼굴과 목을 간지럽히고 지나갔다. 2솔이도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다.
"하하하하 아~ 간지러워. 너무 시원해~"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논길을 지나, 자전거 전용도로에 도착했다. 우리가 만난 노을은 논에서도 강에서도 정말 멋진 자태를 뽐냈다. 그 빛은 온 세상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듯했다. 우리의 상기된 얼굴이 힘들어서인지, 노을 때문인지 모를 정도였다.
"와~ 아빠 너무 예쁘다."
나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시간은 대부분 집에 머무는 시간이라 이런 황홀한 광경이 집 밖에서 펼쳐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2솔이가 나를 집밖으로 나오게 했고, 난 그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렇게 매번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면 나의 감각이 새롭게 깨어나고, 거기서 오는 감정을 느끼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오늘 나는 오랜만에 '황홀함'을 느껴본다. 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사랑하고, 그 장엄한 모습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사람임을 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약간 흥분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완전 깜깜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 했기에 조금 서둘렀다. 그런데 그때 2솔이가 차량의 진입을 막는 볼라드 두 개가 서있는 곳을 지나가다가 넘어졌다. 뒤에서 따라가다가 발견하고 나도 놀랐다. 아주 심하게 넘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닥에 쓰러졌으니 먼지만 털면 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아이 쪽으로 달려가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양쪽 무릎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2솔이는 일어나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괜찮아?"
"어, 근데 무릎이 아파."
"그래, 피난다. 일단 일어나서 좀 걸어 볼까?"
그래도 뼈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다행이었다.
"와, 오늘 2솔이 훈장 하나 생겼네. 자전거 타면 무릎에 이런 훈장 몇 개는 있어야 해."
"아빠~ 나 다쳤는데, 놀리지 마."
"아냐~ 진짜야 아빠도 수도 없이 다쳤어. 그런데 이 정도로 다친 거는 정말 운이 좋은 거야."
2솔이는 다쳐서 아픈데 아빠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눈치였다. 다행히 남은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집에 잘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2솔이는 엄마에게 달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자랑스러운 상처를 보여주었다. 두 무릎에 피가 흘러 발목까지 내려온 모습은 마치 방금 전장에서 복귀한 군인의 모습 같았다. 그리고 엄마의 빠르고 큰 리액션!
"어? 왜 그래? 많이 다쳤어? 아팠어? 어쩌다 이랬어? 뼈는 괜찮아?" 너무 과하지도 않으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2솔이에게는 사랑받는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괜찮아. 아빠가 훈장 하나 생긴 거래."
녀석, 세상에서 가장 의젓한 목소리다. 엄살 대장 2솔이는 어디 갔단 말인가? 말은 안 했지만 '엄마, 뭐 이 정도 가지고 호들갑이야.'라는 속마음이 표정으로 느껴졌다.
난 그런 2솔이가 참 대견했다. 도전은 이렇게 아이를 한 뼘 정도 더 크게 만든다. 작아 보이지만 그런 한 뼘이 쌓여 아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니 오늘의 도전과 경험은 아주 소중했다.
이제는 1시간 정도의 거리도 거뜬히 달린다. 민감한 성격을 가진 2솔이는 자전거 위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누군가의 감정을 살필 필요도 없다. 오직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갈 뿐이다.
"아빠, 힘들긴 한데 기분이 너무 좋아. 그리고 너무 뿌듯해."
아이가 남긴 소감이었다.
성취감을 맛본 아이는 자전거 타기 자체도 좋아했지만, 더 중요한 건 라이딩하는 그 시간이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자신과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민감한 2솔이에게 자전거는 긴장을 풀어주는 마법 같은 도구가 되어주었다.
무릎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그날의 훈장은 여전히 2솔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실수와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것을, 그것들이 오히려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몸소 배워가며.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2솔이의 뒷모습을 마음속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