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들고, 하루를 돌아본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장면.
“음...임2솔~” 둘째 딸의 이름을 약간의 중저음으로 부른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말하지마. 말하지마.”2솔이는 적극적으로 내 입을 막으면서 말한다.
“뭘 알았는데?” 2솔이의 손을 피하면서 겨우 던진 한마디다.
“아빠가 뭘 말하려는지 안다고. 그러니까 그만 좀 해.” 짜증보다는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다.
그렇다. 난 헤비 잔소리어다. 잔소리는 엄마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주부아빠인 나도 잔소리가 많다. 하루를 돌아보는 밤이 되면 이 부분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걸’,
‘실수 할 수도 있지’,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이런 후회들로 하루를 되돌아 볼 때가 많다. 당연히 잔소리는 잘 할 때가 아닌 못마땅할 때 하는 소리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더 듣기 싫은 소리다. 어렸을 적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렇게 싫었으면서 부모가 되니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게 많은지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잔소리에 ‘잔’은 작고 자잘한 것을 의미한다. 결국 큰 문제도 아니지만 내 마음에는 안 드는 것에 대해서 하는 소리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난 아직 부족해’라는 잘못된 신념을 부모가 매일 심어주고 있는 꼴이다.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굳이 말하지 않고, 못하는 것은 잘해야 하니까 굳이 말한다. 더 재밌는 것은 잔소리를 하다 보면 내가 어렸을 적 들었던 소리 같기도 하고, 지금도 그 행동이 반복되고 있어서 내가 나에게 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강요하는 말.
실수를 못 지나치고 지적하는 말.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 놓고 부족하다고 꾸짖는 말.
어쩌면 이 모든 말들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한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식들을 통해 이루려고하는 나의 마음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세상에 드러내지 못한 존재의 설움을 내 자식에게 드러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외친다.
‘나는 못 했지만 넌 할 수 있다.’
자식에게 이런 기대를 걸고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잔소리이다. 국가대표 코치처럼 FM대로 가르쳐주면서 '난 이미 늦었지만 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지만 아이들도 알지 않을까? 부모가 가지 못한 길을, 부모 보다 더 나은 길을 가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미 포기해 버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어.”
자식들이 갔으면 하는 길을 내가 먼저 한발 내딛는 것. 내가 먼저 그 길을 걸어가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내가 산 삶으로 말하고 싶다.
“얘들아, 길은 이렇게 찾는 거야!”
잔소리 100번보다 삶으로 보여주는 한 걸음이 더 깊이 남을 것이다. 나의 삶이 솔솔솔에게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해야 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하루를 허투루 살 수 없을 것 같다.
말로 하는 잔소리보다는 삶으로 보여주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