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므
지수는 내가 먼저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걸 구태여 마다하고 팔짱을 끼고 찬영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을 했다. 제대 환영회 파티에서 아직 입학도 안 한 신입생 후배랑 사라졌다 팔짱을 끼고 같이 나타나는 모양새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지만 지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미리부터 침을 발라놓은 임자 있는 몸이라고 소문이 나야 다른 후배들이 눈독을 안 들인다나 뭐라나? 알 수 없는 억지를 부리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곤혹스러워하는 걸 재밌어하는 거 같기도 했다. 실은 나도 그런 지수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싫지만은 않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모퉁이를 돌자 추운지 혼자 종종걸음을 하고 있는 찬영이가 보였다. 내가 여자랑 팔짱을 끼고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였는지 근처까지 왔을 때도 찬영이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걸음 쯤 간격으로 가까워지자 찬영이는 우리를 보고, 마치 귀신이라도 본 마냥 눈이 동그래지며 소리쳤다.
"어! 어? 뭐야? 둘이?"
지금까지 찬영이를 알고 지내면서 그렇게 놀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뭐가?"
나는 뭘 묻는지 당연히 알면서 모른 척 되물었다.
"뭐긴 뭐야? 인마! 이기 어째 된 기냐고? 와 두리 팔짱을 끼고 나타나냐고? 없어진 시간에 두리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놀라서 그런지, 술이 취해서 그런지 찬영이는 사투리를 더 심하게 썼다.
"그렇게 됐어! 너무 마이 알려고 하지 마!"
"뭘 알려고 하지마 야? 오빠! 제대로 알려야지~ 강현 오빠랑 저,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어요! 선배님~"
"콜록! 콜록! 컥!"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걸 지수가 팔짱을 더 꽉 끼면서 작정을 하고 끼어들었다. 그 바람에 찬영이가 놀란 건 지, 사래가 든 건지 기침을 해댔다.
"그게 뭐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라고 사래까지 걸리냐?"
"호! 호! 호!"
지수는 이 상황이 재밌는지 한 층 더 소리 높여 웃었다.
"지수니 우리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강현이한테만 오빠 오빠 하면서 따라 다니더만, 결국 꿈은 이랐네!"
"어! 니 알고 있어나?"
"어머! 선배님! 언제부터 알고 계셨어요?"
이번에는 반대로 지수랑 내가 놀라서 동시에 물었다.
"뭐꼬? 짰나? 와 동시에 묻노? 찌찌뽕 해라! 둘이! 거기 뭐 대단 한 기라꼬? 윤지수 이름보고 혹시나 했는데 OT때 딱 보니까 대번에 알아보겠더라. 고등학교도 우리 고등학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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