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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티 전에 ‘웰컴 냉수’

by 다문화인

파키스탄 K2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 "버티컬 리미트Vertical Limit"에 보면 파키스탄 군 병사가 쟁반에 올린 물 한잔을 들고 나와 부대에 온 손님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옵서버가 파키스탄, 인도 부대를 방문하면 역시 시원한 물 한잔을 내온다. 내가 이름 짓기를 ‘웰컴 냉수’. 호텔에 가면 주는 ‘웰컴 티’를 본떠서.




현지에서는 손님을 맞이할 때 생수 한잔을 대접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적 관습 중 하나다. 이 관습은 여러 가지 배경과 의미가 있는데,


먼저 파키스탄에서는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 중요한 전통이다. 이를 '메흐만 나와지'라고 부르며, 손님을 특별히 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님이 집에 도착하면 즉시 물을 대접하며, 이는 손님을 환영하고 존중하는 첫 단계로 여겨진다.


문화적으로 물을 대접하는 것은 손님의 갈증을 해소하고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기본적인 배려이며, 파키스탄 더운 기후에서 물 한잔은 손님에게 큰 환영의 표시가 된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로, 이슬람 문화에서는 종교적으로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알라의 가르침을 따르는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도에서도 손님을 맞이할 때 물 한잔을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아티티 데보 바바'라는 힌두교의 교훈에서 비롯된 것으로, 손님을 신처럼 대접하라는 의미다.


손님이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물을 제공하여 그들의 여정을 환영하고 감사의 뜻을 표한다. 문화적으로도 인도는 다양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기온이 매우 높다. 물을 대접하는 것은 손님의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요한 배려이다.



손님이 도착했을 때 물뿐만 아니라 짜이라는 차를 대접하는 것도 전통이다. 물을 먼저 제공한 후 차를 대접하면서 손님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손님을 환영하고 편안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물 한잔 환대가 어쨌든 감사하다. 하지만 난감하기도 했다. 이곳 수질이 좋지 않다고 전임자들에게서 웬만하면 먹지 말라고 조언을 들었던 터라. 기본적으로 물에 석회질이 너무 많아 치아에 안 좋고, 과거에 어떤 외국 동료는 후송돼서 검사해 보니 인체를 감염시키는 아메바가 검출된 적도 있다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요령이 생긴다, “저번에 다른 부대서 마셨던 ‘짜이’ 한 잔 줄 수 있냐?”라고 먼저 부탁을 한다. 이미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일상에서 수시로 마시기 때문에. 끓여 만든 차는 괜찮겠지. 지금껏 크게 몸에 이상이 없는 걸로 봐선 짐작이 맞는듯하다.


짜이는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끓인 건데 달달하고 중독성이 있다.

우르두어가 아랍어와 비슷한 발음이 많다.

차: 짜이-샤이

감사합니다: 슈크리야-슈크란 등등.

보통 사람은 구분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르두어의 기원은 그 지방의 토착 언어가 무굴 제국 지배층의 언어인 아랍어, 페르시아어와 섞이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파키스탄도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아랍어 경전인 꾸란을 토대로 종교적 어휘가 많다. 파키스탄 장교에게 물으니 아랍어도 일부 알아듣는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우르두어 표기는 아랍 문자체로 한다.


파키스탄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하지만 어쨌든 우르두어는 모국어이니까. 모든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하고, 우르두어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한두 시간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약간 아이러니하다, 모국어를 우리 같으면 제2외국어 배우듯이 하니까.


하루는 남유럽 동료 바르나와 함께 휴전선 일대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푼치 지역의 인도 부대를 방문했는데 어김없이 전통복장 빤자비를 입은 병사가 웰컴 냉수를 들고 나온다.


바르나는 내게 귓속말로 “fucking glass of water”라고 구시렁거린다. 그냥 살짝 웃고 말았는데, 별게 다 투덜댈 거리인 모양이다. 환대해 주면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는 것을…. 악의는 없는 친구다.




이처럼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물 한잔을 대접하는 것은 단순한 배려 이상의 깊은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손님을 환대하고 존중하는 중요한 습관으로, 두 나라의 환대 문화를 잘 보여준다. 슈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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