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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의 동백나무와 고양이 손님

by Camel

작은 정원의 동백나무와 고양이 손님


2월의 어느 아침, 우리 집 작은 정원의 동백나무 아래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어요. 검은 털과 하얀 발끝을 가진 고양이가 동백꽃 아래 살그머니 앉아있더라고요. 붉은 동백꽃과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답니다.


동백나무는 우리 정원의 겨울지기예요. 하얀 눈이 내리는 날에도 선명한 붉은 꽃을 피워 정원을 지켜주죠. 그런 동백나무 아래 고요히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니,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보였어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들을 바라보았죠. 고양이는 때로는 졸며, 때로는 동백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어요. 동백꽃은 마치 고양이를 위해 꽃잎을 떨어뜨리며 장난을 치는 것 같았고요.


바람이 불 때면 동백꽃잎이 팔랑팔랑 떨어지고, 고양이는 그것을 신기한 듯 앞발로 살짝살짝 건드려보았어요. 때로는 떨어진 꽃잎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점심때가 되자 부엌에서 참치캔을 꺼내 작은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었어요. 고양이는 수줍은 듯 천천히 다가와 먹이를 먹었고,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죠. 동백나무 아래서의 작은 식사 시간이 마치 소풍 같았어요.


오후가 되니 고양이는 동백꽃 아래에서 단잠에 빠졌어요. 붉은 꽃잎들이 마치 이불처럼 고양이 주변에 살포시 내려앉았죠.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었지만, 차마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답니다.


해가 저물 무렵, 고양이는 조용히 일어나 어딘가로 떠났어요. 마치 동화 속 등장인물처럼 살며시 사라졌죠. 하지만 동백꽃 아래 남은 발자국과 살짝 구겨진 꽃잎들이 오늘 하루 특별한 손님이 다녀갔음을 이야기해주고 있었어요.


이제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며 고양이 손님이 다시 찾아올까 기대하게 되었어요. 동백나무도 더 예쁜 꽃을 피워 고양이를 맞이하려는 걸까요? 우리 집 작은 정원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아 마음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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