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요체'와 '하십시오체', 언제 어떻게 써야 할까?

한국어 문체의 역할과 용도 알아보기

by 펜잡



새해가 밝았습니다. 몇 달 만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려니 조금 어색하네요. 오늘 글은 평소와 다르게 존댓말로 써보려 합니다.


최근 저는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코레일톡>의 UX 라이팅을 개선하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기존 앱의 텍스트를 꼼꼼히 살펴보고, 피그마로 개선 화면과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문득 문체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요즈음 출시된 대부분의 국내 서비스들은 ‘해요체(~요)’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를 먼저 적용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토스죠. 토스가 처음 나왔을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앱 내의 텍스트에서 느꼈던 신선함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습니다.


왜 신선했는지 이유를 찾아보자면, UX 라이팅이 주목받기 전, 많은 서비스가 ‘하십시오체(~습니다)’를 관습적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일 거예요. (대표적으로 예전 Windows의 시스템 언어를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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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토스 '해요체' 라이팅 예시 , (우) WIndows '하십시오체' 라이팅 예시



그래서 저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코레일톡의 모든 텍스트를 ‘해요체’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해보니, 어딘가 어색함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마침 작년에 읽었던 전주경 UX 라이터님의 저서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에서도 한국어 문체에 대한 내용이 있었어요. 책을 다시 살피며, 이 기회에 앞으로 몇 가지 가설을 정리해 두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더 논리적으로 가설을 만들기 위해 '해요체'와 '하십시오체'의 문법적 정의까지 찾아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까지 기록하려 해요.




1. '해요체'와 '하십시오체'의 문법적 차이


’ 해요체’의 가장 큰 특징은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할 것 없이 모든 문장의 어미가 ‘~요’로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이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죠.


반면 격식체인 ‘하십시오체’는 다릅니다. 평서문은 ‘~니다’, 의문문은 ‘~니까?’, 명령문은 ‘~십시오’, 청유문은 ‘~ㅂ시다’로 어미가 제각각 변하죠. 바로 이 지점에서 미묘한 톤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해요체가 어떤 문장을 써도 목소리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과 달리, 하십시오체는 문장의 형태에 따라 느낌이 변해요.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비교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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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오른쪽 해요체 문장들은 뉘앙스가 일정한 반면, 왼쪽 하십시오체 문장들은 상대적으로 뉘앙스가 달라집니다. ‘확인했습니다’는 깔끔하고 신뢰가 가지만, ‘확인하십시오’나 ‘확인하셨습니까?’는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고, 심지어 나를 통제하는듯한 인상까지 줍니다. (물론 모든 분이 그런 생각을 갖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 분명 문법적으로 올바른 높임말을 썼는데도, 왜 형태에 따라 톤이 달라지고 불편함이 생기는 걸까요?




2. 행사장의 진행자가 "앉으십시오"라고 하지 않는 이유 (명령문)


공식적인 집회.jpg


이 불편함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공식적인 행사(콘퍼런스, 개회식 등)의 진행을 맡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식이 시작되기 직전인데, 초대된 분들이 아직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성이고 계십니다. 이때 여러분은 마이크를 잡고 어떻게 안내하실 건가요?

아마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리에 앉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잠시 후 식이 시작되니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신 "모두 자리에 앉으십시오.”라는 표현은 아마 피하게 되겠죠. 그건 진행자가 아니라 군대의 조교나 통제관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한국어 사용자들은 대부분 상하 관계에 대해 엄격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명령을 하는 모습을 낯설게 느끼죠. 이보다는 덜하지만 청유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우리는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처럼 명령이 아닌 ‘부탁’의 형식을 주로 빌립니다. 이것이 예의라고 학습해 왔기도 했고요.


우리가 서비스에서 마주치는 '~하십시오'가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법상으로는 오류가 없는 문장일지 몰라도, ‘서비스가 감히 나에게 감히 명령을 한다?’라는 무의식 속 거부감을 건드리기 때문이에요.




3.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의문문)



그렇다면 의문문은 어떨까요?


"~하시겠습니까?" 역시 아주 정중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서비스 내에서는 자칫 심리적인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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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온도 차가 확연합니다. 전자는 사무적이고 차갑게 느껴지는 반면, 후자는 친근함과 배려가 묻어나죠.


'~습니까?'라는 의문형 어미는 지나친 격식을 차림으로써 상대방과 철저히 거리를 둔 것처럼 읽혀요. 마치 비서의 말투 같죠. 대화라기보다 당장 답변을 내려야 하는 절차적인 행위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주로 사용자의 행동을 다시 확인하거나 도움을 주려는 상황입니다. 이때는 절차적인 예의가 아니라, 피로하지 않은 친근함이 더 필요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장하시겠습니까?"라는 딱딱한 질문 대신, "저장할까요?"라는 부드러운 권유가 더 어울릴 때가 많습니다.




4. 모든 문장을 '해요체'로 바꾸는 건 옳을까? (평서문)

그렇다면 모든 문장을 부드러운 해요체(~요)로 바꿔야 할까요? 서론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또한 정답은 아닙니다. 서비스 이용 도중 겪는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페르소나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앞서 언급한 책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에서는 해요체가 '사적이고 감정적인 대화'의 느낌을 주는 반면, 하십시오체는 '공적이고 이성적인 어른'의 문체라고 설명합니다.


책에서 든 은행원 예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전주경 님은 은행 창구 직원이 심각한 업무를 처리하며 "한도가 초과되어서 안 돼요. 계좌가 막혔네요. 아뇨, 그건 말고요."라고 '해요체'만 쓰는 상황을 가정했는데요. 공적이어야 할 상황에서 느껴지는 사적인 말투 탓에, 고객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 또한 코레일톡의 환불 규정을 작업하며 이와 비슷한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상황에 맞지 않는 '해ㅔ요체' 단순히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넘어서 다른 문제도 만든다고 생각했는데요. 시스템의 상태나 딱딱한 규정을 전달할 때는, 오히려 하십시오체의 평서문(~습니다)이 주는 단단함이 필요하더군요.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구매 후 24시간이 지나면 환불할 수 없습니다.”
“구매 후 24시간이 지나면 환불할 수 없어요.”

어떤가요? 사실 여기도 느낌적인 부분이라, 후자의 문장도 괜찮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환불 규정이나 법적 고지 같은 중요한 정보를 ~해요체로 쓴다면, 사용자는 이를 '객관적인 원칙'이 아니라, '개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내가 좀 우기면 해줄 수도 있겠는데?"와 같은 타협의 여지를 남기게 되는 것이죠.


이는 아무래도 ‘해요체’가 문서에 잘 쓰이지 않고, 구어의 뉘앙스가 더 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문서 속의 언어와 달리,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대화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바꿀 수 없는 약관/규정이나,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할 때는 '하십시오체'가 더 어울릴 가능성이 커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십시오체'의 평서문 형태인 '~습니다/입니다' 형태는 '해요체'와 혼용해도 자연스럽습니다.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글도 두 문체를 섞어서 적고 있어요. (주제넘는 예상이지만) 이게 크게 어색하다고 느끼신 분들은 별로 안 계실 거예요. 사용하는 문체는 두 가지이지만, 이미 관습적으로 우리는 '해요체'와 '하십시오'체를 혼용한다는 뜻이죠.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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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몇 가지 사례와 제 나름의 근거를 정리해 보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UX 라이팅에서 문체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듣기 좋은 목소리를 고르는 작업이 아닌 걸 느꼈어요. 서비스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를 필요에 따라 세밀하게 설정하는 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읽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된 근거와 함께 기록하려니 쉽지 않네요. 이 과정이 자연스럽고 쉬워질 때까지, 당분간 꾸준히 브런치에 무언가를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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