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가 부족하고, 길이 막히는 상황을 트럭 운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나는 때때로 앱들의 과도한 친절함, 혹은 오지랖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사용자보다 시스템이 더 똑똑하다는 듯, 내가 원치 않는 정보까지 들이미는 그 목소리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종종 오만함마저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 불편함이 내가 UX 라이터라는 직무를 처음 알게 되고 희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사용자를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대신, 정말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적절한 목소리로 도움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사용자를 위한 유용한 정보이고, 어디부터가 불필요한 간섭일까? 이번 13일 차 챌린지는 바로 이 경계선 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과제였다. 사용자는 트럭 운전사이고, 예상치 못한 교통 체증으로 일정이 꼬여버렸다. 이대로 가면 연료가 부족하거나 점심을 걸러야 할 수도 있고, 지금 쉬자니 배송이 더 늦어진다. 이 딜레마를 사용자에게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최선의 판단을 돕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그것이 이번 과제의 핵심이었다.
단거리 트럭 운전사가 경로, 일정, 연료, 배송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앱을 사용 중이다. 주유/점심 식사 전에 6건의 배송이 남았지만, 교통 체증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용자에게는 선택지가 2개 있다.
1) 계획대로 배송 계속하기 (연료가 부족하거나, 점심을 거를 위험이 있음)
2) 배송을 미루고 지금 주유/식사하기
<챌린지>
이 딜레마와 옵션을 알리는 푸시 알림 작성
이번 과제의 핵심 목표는 '옵션 제공'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접근 방식 자체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운전 중인 사용자를 위한 메시지라면, 당연히 내비게이션 화면 안에 통합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Day 6에서 작업했던 것처럼, 지도 화면 위에 뜨는 경고 배너 형식을 먼저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목적지를 향해 트럭을 주행하는 중'인데, 과연 사용자가 '배송을 계속할지, 아니면 멈춰서 주유/식사를 할지'와 같은 복잡한 '선택'을 할 여지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운전 중인 사용자에게 쉴지 말지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이상하게 들린다. Day 6의 '도로 통제' 알림은 시스템이 알아서 우회 경로를 찾아주는, 사용자의 추가 조작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과제는 사용자의 능동적인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알림은 사용자가 운전 중이 아닌, '정차했을 때' 또는 '출발 전'에 확인할 수 있는 푸시 메시지 형태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차 중인 사용자라면, 주행 중보다는 정보를 받아들일 여유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배송 일정과 도로 상황으로 가득 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알림은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사용자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여기서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됐다. 시나리오에는 '주유 및 점심 식사'라는 구체적인 옵션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앱이 사용자의 주유 습관이나 식사 시간까지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나는 이것이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오지랖'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비게이션 앱의 역할은 객관적인 데이터(교통 체증, 일정 지연, 기름 부족)를 전달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알려주는 것까지다. 최종적인 판단과 행동(주유를 할지, 식사를 할지, 그냥 계속 갈지)은 운전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메시지 발송 이유 제시: 알림이 발송된 구체적인 이유, 즉 '낮은 연료량'을 먼저 명확히 보여준다.
맥락 제공: 왜 지금 이 연료량이 문제가 되는지, 그 이유('교통 체증으로 인한 지연')를 설명한다.
행동 유도 : 사용자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앱에서 일정 확인/변경')을 하도록 안내한다. 이때 '주유/식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사용자가 스스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네이버 화물'이라는 가상의 앱 아이콘을 만들어 figma로 작업했다.
1. 헤드라인 : "연료가 25% 남았어요"
가장 많은 고민이 담긴 부분이다. 처음에는 "연료가 부족해요!"나 "배송이 늦어지고 있어요!"와 같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헤드라인을 고려했다. 사용자의 주의를 즉시 환기시킬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연료가 이만큼 남았다'는 텍스트를 택했다. 이는 알림이 발송된 트리거를 포함한다. '위험'이나 '심각'은 시스템의 주관적인 판단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25% 남았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데이터다. 이 사실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사용자는 시스템의 판단이 아닌 '정보'를 받고 있다고 느끼며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또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함으로써, 사용자는 현재 남은 연료량과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 자신의 운전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스스로 위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위험하다"라고 시스템이 단정 짓는 대신, 판단의 여지를 남겨 사용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렇게 쓰는 것이 사용자가 침착하게 다음 정보(본문)를 받아들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2. 본문 : "교통 체증으로 인해, 다음 목적지까지 갈 연료가 부족할 수 있어요. 지금 앱에서 일정을 바꿔 보세요."
본문은 헤드라인의 '왜 지금 이 연료량이 문제가 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하려 했다. 먼저 '교통 체증으로 인해'라고 명확한 원인을 밝히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연료 부족 가능성'을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취해야 할 다음 행동으로 '앱에서 일정 변경'을 제안했다. '일정 변경'이라는 표현은 다소 포괄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용자가 앱을 열어 경로 변경, 주유소 추가, 휴식 시간 조정 등 다양한 옵션을 스스로 검토하고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적절한 안내라고 판단했다.
오늘 챌린지에서 배운 것은 명확했다. UX 라이팅과 사용자의 '자율성'의 관계였다. 시스템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최적의 답을 제안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경험은 아닐 수 있다. 때로는 정확한 정보와 맥락을 제공하고, 최종적인 판단은 사용자에게 맡기는 것이 더 신뢰를 주는 라이팅일 수도 있다.
물론, "일정을 바꿔 보세요"라는 표현이 여전히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사용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려 했던 이번 시도가, 누군가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행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