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가장 치명적인 실수
내용증명을 받았는데, 어떡하죠?(2) 편에서, 내용증명의 효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보충 설명이 필요한 중요한 이슈가 있기에, 이번 글에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상대방과 내용증명을 주고받을 때에는 자백하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어쩌면, '법률 전문가들이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이는 곳'이 법정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치열한 법리 싸움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도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법정입니다.
법리와 논리도 모두 사실관계 위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애초에 돈을 빌려주었는지 여부조차 불확실하면, 거기서 민법에 따른 변제기가 지났느니, 상법에 따른 상사법정이율을 청구할 수 있으니, 상계적상에 있느니, 소멸시효가 지났느니 하는 등의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관계는 증거를 통해 입증하여야 합니다.
당사자 일방이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믿어주는 재판부는 없습니다.
기존에 당사자들 사이에 오간 모든 계약서, 서신, 대화 내역, 또는 제3자의 증언 등을 한 땀 한 땀 모으고 정리하여 재판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힘든 작업이 필요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이 '자백'을 하는 경우입니다.
지난 글에서, 아래와 같은 예시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건 당사자들이 주고받은 내용증명을 통해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어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만약 B가 A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의 답변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있다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아, 100만 원을 빌린 것은 맞구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입니다.
위 예시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바로 B가 A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의 답변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A와 B는 친구 사이로,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B가 법정에서 '저는 돈을 빌린 사실이 없습니다'하고 잡아 때면, A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것입니다.
원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A가 재판부에 B가 발송한 답변 내용증명을 제출합니다.
그리고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이 아닌, '그 돈 빌린 것이 아니라 준 것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답변을 했을 것입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A의 주장에 믿음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A의 주장에 믿음이 가는 이유는, B의 답변 내용증명이 일종의 자백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보통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말하지, 불리한 사실을 말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특히 분쟁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위 예시에서 B는 분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내용증명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이미 충분한 분쟁 상태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에게 상환 의무가 있음'을 전제하는, 즉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관계를 스스로 진술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자백이라 하며, 재판부가 자백을 인지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웬만한 사정이 있지 않고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내용증명을 주고받을 때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고백하지 않도록, 즉 자백하지 않도록 유의하자.
둘째, 내용증명을 통해 상대방의 자백을 유도할 수 있고, 이러한 방법이 성공한다면 매우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