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고 전기고 다 아껴!

나와는 멀었던 관리비, 이젠 너무도 가까워졌구나

by 연작가




나에게 물과 전기는 그냥 쓰는 것이었다. 결혼한 지금은...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부부 통장에서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은 수도세와 전기세, Council Tax(지방세) 정도다.


뭐 한국이랑 크게 다를 건 없네? 싶겠지만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모든게 말이다.


한번은 남편이 "뭐야, 전기 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라고 하길래

봤더니 글쎄 한 달에 40만원이 나가있더라.


우린 2인 가구고, 남편이 출근하면 나는 거의 불을 꺼둔다.

창문 앞에만 있어도 충분히 밝고, 여긴 8시까지 해가 떠있기 때문에 굳이 켜둘 이유가 없다.

그리고 혼자 있으면 집에서 뭘 안해먹어서 전기스토브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40만원이라니?

나 억울함


혼자 있을 때는 주로 사과, 바나나, 귤, 그릭요거트, 옥수수캔을 먹는다. 오늘은 옥수수 캔 당첨. 어릴 때 오빠들 공부시키던 엄마가 내게 항상 저리가서 먹으라며 쥐어주던 것.



40만원이면 내가 지금 당장 한국에 가서 먹고싶은 곰바위 홍탕이 20그릇이고, 처갓집 슈프림양념치킨은 18마리, 성수 육전국밥 비빔막국수 40그릇 먹을 수 있다.


어이가 없어서 챗GPT에 물어보니 영국의 2인가구가 매달 내는 평균 전기세는

£180라고 한다. 그러니까 36만원은 기본으로 낸다는 소리다.


모든 것이 전기로 돌아가는 우리집은 숨만 쉬어도 전기세가 엄청 나간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세운 원칙이 몇 개 있다.


밥 지은 직후 전기밥솥 보온 취소


전기스토브는 기본으로 OFF(요리할 때만 ON)


타올랙은 세탁 후 수건 말릴때만 ON


전기포트 끓일 땐 2L 꽉 채워서


전기장판은 사용 10분 전에만 켜두기


거실 전기난로는 장식품(안쓴다는 소리다^^ 겨울에 이거 썼다가 전기세 나온거 보고 둘 다 충격먹어서 체감상 3분은 아무말도 안하고 애먼 빌지만 보고 있었다.)


여행시 물탱크는 휴가 모드

(vacation mode: 내가 사는 곳은 각 집마다 물탱크가 있는데, 온수를 끄려면 이걸 ON으로 켜둬야 한다. 휴가 모드로 해두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관리비가 안나오긴 하는데 다만 돌아와서 뜨신 물로 샤워할라면 2-3시간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최고다.)




KakaoTalk_20250411_002558726_01.jpg 은근히 전기세 많이 잡아먹는 전기밥솥. 우리집에서 거의 항상 주무시고 계신다.



이건 전기 전용 원칙이고...

수도세와 관련한 원칙을 나열할라면 또 몇 줄을 써야한다.

고로 생략하겠다.



나에게 물과 전기는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그냥 쓰는 것이었다.

친정에서 관리비를 냈으니 당연히 나 개인과는 연관짓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젠 그렇지가 않다. 대부분은 남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절약하고 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와중 내가 남편에게 한 가지 절대 양보할 수 없는게 하나 있다.

바로 세탁이다. 세탁기는 한 번 돌릴 때 전기와 물이 함께 쓰이는 가전이다.


남편은 모든 빨래를 한 번에 모아서 같이 돌려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적어도 검은색/흰색은 구분하고, 적당량만을 돌리는 편이다.

양이 너무 많으면 세재가 겉도는 느낌으로 빨리더라.


그래서 난 빨래를 자주 한다.

정리정돈은 잘 못하지만, 청결함은 엄청 따지는...그런 부류의 사람이기에.


정리정돈파인 남편은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아직 나의 가치관에 완전히 동의하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요새 빨래는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후딱 해버린다.

안볼때 하는게 최고다.


(청결 vs 정리정돈 때문에 신혼 초반엔 엄청 싸웠다. 이건 추후 게재할 예정이다. 우린 심각한데, 남들 보기엔 시트콤인 에피소드가 너무 많다.)



결혼하고 나니 이것 저것 맞춰나갈게 한 두개가 아니다.

서로 가치관이 너무 다를땐 이해한다기보단

'아 이 사람은 이렇구나, 이렇게 살아왔구나'하고 받아들이는게 맘이 편하다.


그래도 생활적인 부분에선 같이 원칙을 세우고 힘을 합치게 되는 일이 많긴 하다.

어찌보면 부부라는게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든든한 그런 관계같다.



이하 이 글이 발행되고 이틀 후 1주년을 맞이하는 신혼부부의 얕은 깨달음이었다.

(벌써 1주년이네. 앞으로 너랑 수십년 더 달린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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