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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Jul 16. 2023

전기차와 함께한 1년 9개월

오토워 -자동차 미생

"오토 워"를 읽고 전기차와 함께한 나의 1년 9개월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차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한 친구가 차에 태워주었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와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는 물었다. "그 친구 차가 뭐야?"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빨간색이던데." 그만큼 차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2년 전 쯤 차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차를 사게 된 계기

변화하는 큰 트렌드를 먼저 경험하고 싶었다. 피쳐폰에서 아이폰으로 넘어갈 때, 먼저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은 큰 인생의 변화를 겪었다. 이미 유럽 등의 주요 국가에서 2030년, 2040년에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고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을 내연기관 판매를 종료할 것을 이야기 했다. 수소차의 단점, 탄소배출 목표를 생각한다면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조금 빨리 경험해 보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자율주행을 먼저 경험해보고 싶었다. 테슬라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모델3의 가격이 내려왔고, 히트 펌프 추가로 겨울철 주행거리가 늘어난 걸 생각하면 테슬라 모델3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경험한 전기차는 달랐다.


전기차라 다르다

전기차라 다른점은 빠른 반응속도와 원패달 드라이빙으로 인해 운전이 편한다. 전기차의 모터는 내연기관의 엔진보다 반응속도가 빨랐다. 그렇게 고가의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제로백 4~6초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한, 정지할 때 차의 운동에너지를 발전에 사용하며 차의 속력이 주는 회생제동은 원패달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운전 시 발이 피로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외부 크기에 비해 내부 공간이 넓다. 엔진에 모터는 비교적 단순 구조와 적은 공간만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크기는 중형차보다 약간 작았지만 내부 공간은 중형차 못지 않았다.


차를 사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요소 중에 하나는 충전이다. 충전은 생각보다 어렵거나 번거롭지 않았다. 출퇴근 거리가 60km 정도인데, 봄, 가을에는 5일에 한 번, 여름, 겨울에는 4일에 한번 충전한다. 집과 회사 주차장 모두에 충전기가 있지만, 충전 비용(충전 비용은 충전 서비스업체마다 다르며, 보통 전력 소비가 적은 시간에 저렴하다)이나 편의상 주로 집 주차장에서 충전한다. 퇴근하고 차를 주차하면서 충전기에 충전을 시작하고, 다음날 출근할 때 충전을 종료한다. 계절마다 다르지만, (완속 충전을 이용할 경우) 충전비용이 300km에 8천원 정도라는 걸 고려하면 충전은 오히려 장점이라 생각한다. 전기차의 장점도 만족스러웠지만, 테슬라가 주는 만족감도 컸다.


테슬라라 다르다

테슬라의 OTA 업데이트는 다르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OTA로 기능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업데이트 되는 기능의 양과 질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차를 구입하고 추가된 기능 몇 가지를 적어보면 1) 비전 기반 주차: 기존 후진 자동 주차 알고리즘은 초음파 센서 기반으로 동작했기 때문에 후지 주차할 자리 양 쪽에 차가 주차 할때만 주차가 가능 했고, 비전 기반 주차에서는 주차선을 인식하여 주차 자리 양 옆의 차가 있는지와 관계없이 주차, 2) 주차 이후 차량 카메라 원격 접근 가능: 주차된 차의 카메라에 접속하여 현재 차 외부/내부의 영상을 볼 수 있음, 3) 차선 변경 시 보조 화면: 깜빡이 넣을 때 모니터의 해당 방향의 카메라를 보여줌, 4) 직진 도로에서 차선 변경 후 깜빡이 꺼짐: 직진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이 완료되었는지 감지하여 차선 변경이 완료된 때 자동으로 깜빡이를 끔.


책에서 이야기 하듯 테슬라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ECU 1개와 나머지 기능을 위한 ECU 1개만을 포함한다. 또한, 모든 s/w를 직접 만든다. 이 두 요인으로 인해 테슬라는 다양한 기능을 OTA로 추가 제공할 수 있다. 기존의 자동차들은 적어도 50개 이상의 ECU를 포함한다. 따라서 ECU를 컨트롤 하는 s/w는 모두 별개이고, 이를 업데이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업데이트 가능하더라도 해당 ECU를 컨트롤하는 S/W에 비용을 지불해야 S/W 변경할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자동차 중 가장 높은 성능의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FSD(신호등 인식, 시내 도로 지원)가 지원되지 않고,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차선 및 차간 간격 유지,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진입로 진입만을 지원한다. FSD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직간접 경험을 통해 볼 때 테슬라의 주행 보조 기능은 안정성이나 편의성 면에서 타사의 주행보조 기능보다 월등히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주행 보조 기능의 소프트웨어 스택과 북미에서 적용된 FSD의 소프트웨어 스택이 다르다. 신뢰가 전혀되지 않는 일몬 머스크의 트윗으로는 곧 북미 이외의 지역의 주행 보조 기능에도 FSD의 소프트웨어 스택이 적용될거라 한다. 또한, 현재 테슬라는 우리나라에서 FSD를 테스트할 테스트 드라이버를 채용하고,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이러한 테슬라의 장점과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다른 회사의 격차

테슬라는 레거시가 없다. 4~5년 전 쯤 현대차에 다니던 친구가 현대기아의 전기차 연구부서의 전체 연구원은 30명정도라 이야기한 것이 생각난다. 책에서 이야기 하듯 현대 기아는 기존의 차에서 엔진만 전기 모터로 대체하는 것으로 접근한 것 같다. 백지에서 시작한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생산만을 고민하고 최신 기술을 바로 도입할 수 있지만, 기존 완성차들은 기존 인력/설비/설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강점이 될 것 같았던 기존 자원과 인프라가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경험이 적지만 많다. 지난 수 년간 테슬라의 한계로 지적된 것은 조립 품질, 대량 생산 노하우, 승차감 등이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의 조립 품질이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독일3사나 현대 기아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상하이 기가 팩토리나 베를린 기가 팩토리에서 생산된 차량의 품질은 꽤 높다고 한다. 또한, 테슬라 생산량은 꾸준히 우샹향하고 있으며 올 초에는 기대치를 넘는 생산량을 달성했다. 또한, 악명 높은 승차감도 해를 거듭할 수록 나아지긴 하고 있다. 반대로 금방 테슬라를 따라 잡을 수 있다 던 다른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1억이 넘는 고가 전기차에서 에어컨이 안아오거나 문이 잠기지 않는 등 자잘한 문제가 나오고 있으며현대 기아차의 전기차들은 주행 중에 멈추고 있다. 어쩌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자랑하던 경험과 노하우는 이미 수년간 많은 업체가 갖고 있는 것 이지만, 테슬라가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는 테슬라만의 고유한 경험과 노하우였다. 따라서 테슬라가 다른 업체들이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지만, 다른 업체들이 테슬라의 경험과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테슬라에 대한 만족도

위에 이야기한 여러가지 때문에 나는 내 차에 만족한다. 물론 차를 받기까지 기다림이 짧지 않았고, 내가 사용한 물건이기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테슬라를 사기전 여러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사상검증(?)도 만족도를 올리고 있을 것 이다. 그래도 친한 지인이 테슬라 이외의 일부 브랜드의 전기차 구입을 이야기할 때는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옴니아를 샀던 사람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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