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동표(凍表)

by 그믐

하지만 그 아이는 변수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아플 때면 매번 나를 찾아왔다. 아이들이 아픈 것은 내 소관이 아니었기에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몇 번을 일러주었지만 매번 나에게 왜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냐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가 예뻐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예뻐 보이지 않자 화가 났다. 그 아이는 보육원의 자랑 중 하나였는데, 아이가 예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아이가 예뻐 보이지 않을 때마다 매를 들었다. 아이의 몸은 나로 인해 상처가 늘어갔지만 그마저도 내가 남겼다 생각하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색을 칠한 것처럼 울긋불긋하지만 화장을 시킨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우니 오히려 좋았다. 아이는 곧 고분고분해졌다.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동생들이 아파도 나에게 오지 않았고 매를 맞는 일이 줄어들었다. 나는 그제야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박지안'이라고 했다. 나는 아이의 이름은 유지한 채 성 씨만 나와 똑같은 한 씨로 바꾸어주었다. 아이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싱긋 웃어 보였고 나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지안도, 다른 아이들도 크게 말썽 피우는 일이 없었다. 아이들은 얌전해졌고 한가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지내던 중, 어느 날 한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자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OO일보의 강미희 기자라고 합니다. 한동표 원장님 맞으시죠? 저희가 이번에 사회복지 부분에서 특집을 기획 중이라서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사랑보육원에 대해서 취재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동안 나의 노고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었다. 나는 보육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직원들은 금세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손짓했다.

직원들은 나를 최하층으로 안내했다. 지하 3층이라 어두컴컴해 손전등 없이는 눈에 보이는 게 거의 없었다. 그때 복도 맨 끝으로 향한 직원 한 명이 열쇠로 어떤 방 문을 열고는 이쪽으로 오라고 말했다. 나는 조심스레 방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디뎠다.

방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밝은 공간에 놀랐다. 이런 공간은 내가 설계한 설계도에는 없었기에 이곳이 무슨 공간이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옆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이젠 지겹다는 듯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원장님이야말로 지금 제정신이세요? 저희 처지가 어떤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지금 취재를 받겠다고 하신 거예요? 이미 이 공간도 수용 인원 초과라 남은 인원들도 지금 위층에 그대로 있는데 그 사람들이 와서 여기가 뭐 하는 공간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하시게요? 제발 정상적으로 좀 운영합시다, 몇 번째입니까, 이게. 아무리 시급이 높아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저희도 힘든 거 잘 아실 텐데요."


그 말을 듣고 퍼뜩 정신이 든 나는 다시 한번 이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스무 개 정도 되는 철제 서랍장으로 둘러싸인 세 벽면에, 한쪽 구석에는 병원에서 쓸법한 바퀴 달린 침대가 놓여있었다. 섬뜩하게도 마치 이 공간은 병원의 영안실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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