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 ubiquity]
격변하는 역사를 읽는 새로운 과학
< 마크 뷰캐넌 지음.김희봉 옮김ㅣ 도서출판 지호 2004 >
읽은 지 꽤 되는 책인데 버릴 책을 정리하다 보니 줄 친 부분이 있어 적어 본다.
인공위성에서 야간에 찍은 지구 사진을 확대해 들여다보면 빛이 흩어져 있는 양상이 확대하기 전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걸 또 확대해 봐도 또 비슷하게 빛이 흩어져 있다고... 주식가격의 등락도 10년치 그래프를 보나 1년치 그래프르 보나 한 달치를 보나 하루 동안의등락을 보나 시간표시를 가려 놓으면 어떤 게 어떤 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규모를 바꿔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는 것을 "자기유사성"이라고 하고 이런 특징을 가진 형테를 프랙탈이라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어떤 넓은 지역에 인구 1000만의 대도시가 하나 있으면 그 지역에 인구 500만의 도시가 네 군데, 또 인구 250만의 도시가 16개 등으로 정연하게 인구별 도시 숫자가 나타난다고 한다. 주가등락도 마찬가지이다. S&P 500 지수를 보면 같은기간 동안 가장 큰 급등이 한 번 있었으면 그 절반으로 오른 것은 16번, 그 절반의 절반으로 오른것은 그것보다 또 16배 많은 규칙적인 분포를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인구분포나 주가등락이 보여주는 자기유사성은 멱함수의 법칙에서 나온다.
멱함수의 법칙은 사물의 모든 국면에서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꽁꽁 언 감자를 벽에 힘껏 던져 박살난 부스러기를 모아서 무게별로 분류했을 때, 지진 다발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세기에도, 부자에서 빈털터리까지 재산분포를 조사해 봐도 멱함수의 법칙이 나타난다고 한다. 멱함수분포는 우리가 흔히대하는 정규분포와는 중요한 점에서 다르다. 정규분포는 서로 무관한 수많은 작은 요인이 무작위로 작용할 때 나타나며 멱함수분포는 여러 요인들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서로 영향을 미칠 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정규분토에서는 평균에서 멀리 벗어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멱함수 분포에서는 평균값보다 훨씬 큰 격변이 드물지 않게 일어날 수 잇다.
이렇게 별것 아닌 원인에도 과도하게 반응을 보여서 격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임계상태"라고 한다. 임계상태는 그 자체는 사소한 원인으로도 격변이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임계성은 계의 시시콜콜한 세부적인 성질과는 별 관련이 없고 구성원들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배열에만 관련이있다. 따라서 아무리 복잡한 계도 모든 비본질적인 세부사항을 제거하고 기하학적인 뼈대만 같으면 같은 부류로 분류되며, 같은 부류에 속한 임계상태는 본질적으로 모두 똑같은 행동양상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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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도처에서 만나지만 이런 상황의주범인 임계성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다. 즉 임계상태에서 개별적인 사건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본질적인 요소만 찾으면 전체적인 행동양태를 간단하게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지진은 수많은 바위들이 복잡하게 포개진 지각의 네트워크에서 일어난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혁명은 수많은 개넘들이 복잡하게 포개진 개념의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지진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혁명같은 격변은 수많은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포개져서 만들어낸 사회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임계상태에서 물리학자들이 찾아내고 잇는 통찰을 인류의 역사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될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바로 이 책의 핵심적인 개념인 자기조직화하는 임계성은 요즈음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네트워크과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