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문을 가진 사람

by 꽃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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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이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상대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상대에게 마음을 주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네 이야기를 좀 해줘.”




내 마음에는 문이 세 개가 있다.


첫 번째 문은 늘 활짝 열려 있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도, 스쳐 가는 관계도 이 문 앞에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은 정말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믿을 수 있다고 느끼게 된 사람 앞에서만,
나는 조금 더 가까운 마음을 내보인다.
하지만 그 문이 열려도
아주 깊은 내면의 아픔이나 오래된 고민까지를
모두 꺼내 보이지는 않는다.


그 안쪽에는 여전히 말하지 않은 마음들이 남아 있다.



세 번째 문은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어,
이제는 문인지 벽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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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나에게 유난히 어렵다.

그렇다고 감정이 감쪽같이 숨겨지는 사람도 아니다.
포커페이스를 할 줄 몰라서, 마음 상태와 상황이 얼굴과 말투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래서 더 어렵다.

나는 감정을 말로 잘 풀어내지 못해 속이 답답한데,
상대는 나를 오해하거나, 나의 행동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어차피 숨겨지지 않는 것이라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속 시원히 다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망하거나 기분 나쁜 상황이 반복되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거둔다.
관계를 붙잡기보다는, 놓아버리는 쪽을 선택한다.

어쩌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나를 보호하고 싶다.




‘쓰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데에는
이렇게 쌓여온 감정들을 어디엔가 다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언젠가는,
나의 글이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던 내 마음에

조심스럽게 닿아
그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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