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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옭아매는 일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열등감이었다.

by 꽃별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나에게도 스스로가 ‘벌레’ 같다고 생각되던 때가 있었다.


20대에 준비하던 임용시험에 거듭 실패를 했던 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손에 닿을 듯해서

포기하지 못했었던 그때


어둡고 긴 터널 안에 있는 듯한,

아니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친구들은

취직하고

예쁜 옷 입고 데이트하고

여행 다니던 시절에,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

머리 질끈 묶고

가방 한가득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었다.


책을 보며 밥을 혼자서 먹고

집에 오는 횡단보도 앞에서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감사하게도 나는 결국 합격을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까. 나에게는 늘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생각은 결국엔 나를 옭아매어


‘이 정도는 다 하는 거야’

‘내가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어’


라며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틀에 가둬두게 되었다.







“자기 객관화는 수치로 하는 거예요. 주위에 책 쓴 사람이 몇 명이나 있어요? 주위에 강의를 나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어요? 합격해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문성이 있는 거예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최근에 들은 이야기이다.


그래, 나도 머리로는 이 말의 뜻을 알겠는데

그래도 자꾸 움츠려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움츠려들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내가 갇혀 있는 이 틀을,

나를 옭아매고 있는 이 생각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열등감이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존감이 낮다고 표현하긴 싫고, 열등감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왠지 꺼려졌다.



열등감: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비로소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옭아매고 있는 감정들은 '열등감'이었다. 열등감이 늘 나쁘게 작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려고 애썼다.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나를 계속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눈부신 나를 위해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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