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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서 천천히 걷는 법

ep.4 살고 싶은 동네를 고른다는 것

by 지감독

도심에 살아서 좋은 것 중 하나는, 걸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


목동에 살 때에도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

둘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한 시간씩 동네를 한 바퀴 돌곤 했는데,

대단지가 많은 목동과는 또 다른 풍경으로

지금은 매일 새로운 산책 코스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주말 아침이면 서대문 방향으로 나와

세종문화회관 뒷편 souper 에서 따끈한 수프와 샌드위치를 먹고,

서촌으로 쭉 올라가 커피를 한잔하고 소품샵들을 구경 한다.

가끔은 삼청동까지 걸어가 국립현대미술관부터 갤러리투어를 하고

저녁을 먹은 뒤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 한권을 사서 돌아온다.

시청 방향으로 걸으면 남산까지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빠르게 걷고,

서울로 고가 위를 지나 서울역을 거쳐 만리동 고개를 넘어온다.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 정동길이다.

요즘 같은 날씨엔 낮에는 은행잎 쌓인 길을 걷다가

신아기념관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밤에는 조명이 밝혀진 돌담길을 걷는 게 운치있어 좋다.


KakaoTalk_20251118_194431496.jpg 정동길을 걷다 만나는 오래된 옛 건물들도 너무 좋다



한편, 도심에 살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생활 편의성에 대한 것이다.

나는 대량 구매를 지양하는 편이라 대형 마트가 없는 건 괜찮지만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작은 슈퍼마켓조차 없다는 점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보기는 쓱배송이나 마켓 컬리를 이용하고

퇴근길에는 롯데나 신세계 본점에 들러 마감 세일로 장을 보곤 한다.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최근 각종 시위와 집회가 많아지면서 주말마다 주변이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인근 도로가 통제되면 이동이 불편하고

조용한 산책길이 방해받을 때도 있다.

그것만 빼면 아직까지는 도심 생활에 꽤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러고보면 생활의 환경을 고른다는 것도 집을 고를때 중요한 요소다.

지역마다, 동네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학군을 따라 선택하거나,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하는 등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주거지를 선택해야 한다.

온라인 지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은 직접 걸어보고 다녀보며 느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결국 중요한건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그려보는 일이 아닐까.



집만큼 중요한! 살고 싶은 동네를 고르는 팁


1️⃣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를 그려본다
내가 자주 갈 곳들 — 카페, 공원, 서점, 마트 — 이 사이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요
걷기 좋은 동네는 일상의 여유를 만들어요


2️⃣ 퇴근 후의 나를 떠올려본다
늦은 밤의 분위기, 주변 음식점, 동네의 소음 정도, 산책로 유무 등을 직접 걸어보며 느껴봐요
퇴근 후의 루틴이 잘 맞는 동네가 결국 오래 살기 좋아요


3️⃣ 주말의 동네를 경험해본다
주말이 되면 동네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요
사람 많은지, 시끄러운지, 차가 막히는지, ‘내가 쉬고 싶은 시간’과 잘 맞는지 살펴봐요


4️⃣ 생활 동선을 직접 테스트한다
출퇴근, 장보기, 운동, 병원, 카페 등 내가 가장 자주 움직이는 루틴을 실제로 걸어보고 이동해봐요
지도 앱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되요


그 동네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

어디에서 아침을 먹고, 어디서 저녁을 사고, 어떤 길을 걸어 귀가할지 그려보면
그 동네가 ‘나에게 맞는 곳인지’ 감이 올거에요.


*이 외에도 살고싶은 동네 선택에 대한 궁금한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pikhlezip 에 언제든 물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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