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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그릇이 있다

ep.5 쓰임과 수집에 관한 이야기

by 지감독

내가 가구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쏟는 항목은 '그릇'이다. 틈만 나면 그릇을 사모으는 병이 있어, 마음에 드는 그릇을 보면 몇날 며칠을 그 생각만 한다. 이사오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도 바로 '그릇'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였다. 주방의 싱크대 수납으로는 턱도없이 부족해서 방 한면에 수납가구를 제작해 보관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니 내가 더 살 수 밖에.


왜 그렇게 많은 그릇이 필요한가.

하루 한번의 식사, 주말의 느긋한 브런치, 집에 손님이 왔을 때 꺼내는 그릇들.

기본 그릇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각각의 쓰임을 가지고 있는 그릇들 까지 하면 더 다양해진다.

사실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애초에 그릇을 넣을 공간은 무한대로 있어야 될 판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같은 그릇이라도 막상 손이 자주 가는 그릇이 있는가하면, 예뻐서 구매해놓고 한 번을 쓸까말까한 그릇도 있다.

신혼 초 세트로 구성되어있는 그릇을 구매했었는데, 실제로 쓰지 않는 모양도 섞여있거나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 딱 한가지의 쓰임새로 밖에 못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과감하게 그 세트구성을 나눔하고, 그 빈자리에 그때 그때 필요하거나,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그릇들을 하나 둘씩 구매하고있다.


손이 많이 가는 그릇들을 위주로 내가 그릇을 선택하는 기준을 정리해보면,

첫번째는 형태.

한식기, 양식기로 구분되어 있는 그릇들이 많은데, 나한테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같은 그릇이지만 부침개를 담아낼 때도, 파스타를 담아낼 때도 두루두루 어울리는 그릇을 선호한다.

오벌 (타원형) 형태로 된 그릇이 많은 편인데, 어떤 음식을 담아내도 잘 어울리는 것이 손이 많이 가서다.


두번째는 컬러.

우리집 테이블이 블랙이어서, 어두운 컬러보다는 밝은 컬러가 테이블 위에 놓았을 때 잘 보인다.

개별적으로 너무 예쁘다 싶어 구매했다가도 막상 테이블에 올리기 애매한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음식 고유의 톤을 잘 살려주는 컬러를 선호한다.


세번째는 크기.

크기는 다양하게 갖추는 것이 좋다. 20인치 이상의 큰 접시는 손님 초대 시 쉐어하는 용으로 사용하기 좋고

음식을 담아냈을 때 푸짐해 보이는 그 느낌이 좋다.

둘만의 식사시간에는 반찬도 적게 담아내기 때문에, 작은 그릇도 종류별로 많이 갖추고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구매해서 오기 쉬운 종지 사이즈의 작은 접시들은 그때그때 사는 재미도 있고 사용성도 좋다.


그리고 재질.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영역인데,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듯한 그릇보다는 손으로 만든 그릇을 좋아한다.

하나하나의 형태가 다 다른 것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뭔가 나만의 그릇이라는 느낌이 든다.


KakaoTalk_20251124_105847565.jpg 한식에도 어울리는 타원 그릇
KakaoTalk_20251124_105847565_01.jpg 다양한 담음새가 가능한 오벌 그릇


그릇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나의 식습관과 취향에 맞는 것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그릇은 하루 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조금씩 맞춰가며 고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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