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애동지랍니다
동지는 24 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모두들 알다시피 해가 가장 짧은 날이자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우리나라는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그래서 당연히 나도 내일 급식에 팥죽을 드리려고 준비를 했다.
두둥. 그러나 저녁에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문자에,
"내일은 애기동지라서 팥죽 말고, 팥떡 먹어야 되는데. 애기들 있는 집에는 팥죽 안 먹고, 팥떡 먹는다. 미신이라도 안 좋다는데 먹을 필요 있겠나. 오늘 팥떡 사서 느그집 갖다 줄라고 떡집 몇 군데 가봤드만 주말이라 그런가 안 팔드라."
"헐. 엄마, 내일 애기동지라서 팥죽 먹으면 안 돼요? 난 그것도 모르고 내일 팥죽 줄라고 메뉴에 넣어놨드만...우짜노. 나도 먹으면 안 되겠네요."
"아니다. 집에서만 안 먹으면 되지. 집에서 우리 아그들 안 먹는데 괜찮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애기동지니까 팥떡 놔두고 팔지 않겠어요. 엄마 떡 좋아하시는데 한 팩 사서 잡수세요. 애들은 팥죽도 안 좋아하고, 팥떡도 안 먹으니까 저희 안 사주셔도 돼요. 내가 퇴근하는 길에 사다 드리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늦어서 못 사다 드리겠네요. 담에는 제가 팥떡 사드릴게요."
모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지만 애기동지날에 팥죽을 준비한 영양사라고 내일 급식 드시는 분들이 다 뭐라고 하면 어떡하나. 더군다나 산모님들은 팥죽 드리면 안 되겠다. 직원분들만 드시도록 비치해 두어야겠다. 아이고, 팥죽을 드리고도 좋은 소리 못 들을 것 같다. 이런 오만가지 걱정에 이를 때쯤, 불현듯 스친 기억에 몇 년 전에도 이런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때도 애기 없는 집은 대부분이 드시긴 했는데, 애기 있는 분들은 알아서 안 드시고 식사만 했다. 미신이긴 해도 안 좋다는 건 안 하는 게 좋지 않냐며 알아서 안 가져가셨다. 내년에는 애기동지인지 꼭 확인 후 팥죽을 메뉴에 넣어야 할까 보다.
말이 나왔으니 애기동지인지 그냥 동지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궁금한 건 못 참지.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라 동지를 기점으로 다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해 우리 선조들은 설날 다음으로 중요한 명절이라 여기고, '작은설'이라고도 부를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동지는 음력으로 11월, 양력으로 12월 22일 전후로 드는데 이때 11월 초순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부른다.
그래서 올해는 동지가 양력으로 12월 22일, 음력으로 11월 3일이라 애동지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애동지에는 왜 팥떡을 먹어야 된다고 했을까.
옛날부터 팥의 붉은색은 액운을 쫓고, 귀신을 물리쳐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지에 팥죽을 쑤어서 집안 여기저기 뿌려 액땜을 하고, 이웃들과 나눠먹으면 다음 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팥의 이 강한 기운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애기동지에는 이보다는 순한 버전의 팥떡을 해서 아이와 함께 먹으며 탈 없이 잘 자리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다른 동지에는 어떻게 했을까.
중동지에는 팥죽이나 팥떡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먹고,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또한, 팥죽을 쑤어서 집안 곳곳에 뿌리는 것도 동지시간에 맞춰서 뿌렸다고 하는데, 올해는 동지시간이 0시 3분이라고 한다. 그럼 애동지에는 팥떡을 뿌려야 하나. 그건 아니고 애기가 있는 집은 팥죽을 쑤어서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 두었다가(아이에게 안 좋다고 하니 숨겨둠) 이 시간에 맞춰서 팥죽을 뿌리곤 했단다.
팥은 이뇨작용으로 몸속의 나트륨을 배출해 부종완화 효능이 있고, 팥 속의 사포닌과 안토시아닌 성분이 항산화 효능과 혈액순환 개선을 해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B1이 탄수화물 대사를 돕고, 단백질이 풍부해 피로해소에도 도움을 주어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철을 든든하게 날 수 있게 해 준다.
팥의 효능이나 영양성분에 대해 몰랐던 그 옛날, 선조들은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알아서 행하고 이렇게 풍습으로 내려올 수 있었을까. 그 지혜로움에 또 한 번 놀라며 오늘도 한 가지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