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브런치북) 외 나의 일상]
'OO아 잘 지내? 우리 만날 때가 되었어!'
평일 오후에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친한 동생.
비록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둘 다 '백수'이지만, 이것저것 소일거리도 하고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쁜 우리는 '백수'라도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오랜만에 약속을 잡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동생이 파주에 가고 싶은 카페가 있다고 해서 파주에 가기로 결정했다.
센스 있게 근처 식당까지 미리 검색해서 예약해 둔 동생 덕분에 아주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비건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다. 물론 고기파에 더 가깝긴 하지만 식당이 예뻐서 기대되었다.
기대한 만큼 분위기도 맛도 훌륭했으며, 흘러나오는 노래마저 취향 저격이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건강한 음식으로 여유 있게 식사하니 괜히 몸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점심을 다 먹고 카페로 이동하였는데, 주 1일만 운영하는 예약제 카페였다. 흔히 볼 수 없는 커피 메뉴를 제공하여 정말 맛있게 먹었고, 곁들여 먹은 스콘과 에그타르트도 훌륭했다.
가까웠다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신선하고 색다른 맛의 커피였다.
파주 하면 출판의 도시, 파주에 왔는데 괜히 책을 빼놓을 수 없었다. 책이 가득한 카페를 방문하여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었다.
운 좋게 명당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이것이 평일의 특권이구나 싶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시며, 고요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니 마음이 너무 평온해졌다.
책을 읽고 있다가, 갑자기 문득 지난주 봤던 자격증 시험 결과가 생각났다.
시험을 앞두고 손을 다쳐 공부도 시험도 모두 포기했으나, 환불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서 본시험.
시험장에서 시험 직전까지 모두 책을 놓지 않고 열공하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멍 때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 정도로 포기한 시험이었는데, 결과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합격"
말도 안 돼. 믿을 수가 없어서 페이지를 나갔다 다시 들어온다. 다시 봐도 합격.
이게 말이 되나?? 물론 턱걸이로 붙긴 했지만, 어쨌든 합격은 합격이다.
사실 합격보다 더 기뻤던 사실은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스스로 무능한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아니 이 정도면 사실 나 머리가 좋은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운도 좋았겠지!) 솔직히 오늘 하루는 조금 당당해도 될 것 같다.
대단한 자격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될놈될인가 보다. 그래, 나는 될놈될이야!
어쨌든 이 일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해보기도 전에 내가 결과를 판단하지 말 것.
그리고 좋든 싫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가보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케아에 잠시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저녁을 먹으러 이동한다. 근처에 평점이 높은 국수집이 있었고, 국수와 감자전을 먹기로 했다.
둘이서 국수 2개, 감자전 1개를 시켰는데 음식양을 보고 너무 놀랐다. 사진상으로는 표현이 잘 안 되지만 족히 4인분은 될 양이 나왔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남녀가 와도 국수 1, 사이드 1을 시킬 정도로 양이 많은 집이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둘이서 3개나 시킨 것이다.
음식을 남기는 것은 속상한 일이기에 배가 찢어질 정도로 최선을 다해 먹었지만 그래도 2인분은 남긴 것 같다. 배도 마음도 빵빵하게 채운 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건강한 음식,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창가뷰와 책, 따뜻한 대화, 끊이지 않는 웃음, 평일의 여유로운 드라이브, 예상치 못한 합격.
이 정도면 완벽한 하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