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오늘 나는 인생 파스타를 먹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파스타는 처음 먹어본다.
1등으로 맛있어서 인생 파스타가 아닌 (물론 맛있었다),
'인생에서 먹어 본 가장 양 많은 파스타'
아르바이트 퇴근 할 때쯤 조리사님이 혹시 파스타 만들어주면 먹고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어차피 식사는 해야 하니까 완전 땡큐죠!
다른 일 때문에 주방에 들어갔는데, 조리사님이 나에게 슬쩍 오시더니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혹시.. 양을 좀 더 많이 만들어드릴까요?"
앗.. 조리사님 오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내가 많이 먹는다는 걸 그새 눈치채셨다니..!
조금 민망했지만 왜 내심 기뻤을까.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몇 분 뒤 조리사님이 내어 주신 파스타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게 사진으로는 크게 티가 안 나는데, 접시 선을 보면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파스타라면 접시 안쪽 부분이 보이며, 중간에만 딱 면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거의 국밥..!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파스타는 처음이다.
새우도 무려 12개 넘게 넣어주셨다. 버섯도 끝없이 나왔다.
한 접시에 족히 2인분은 넣어주신 것 같다.
오로지 파스타만 먹으면서 배가 터질 것 같은 경험은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했더니 3인분 아니냐며,
그리고 이어지는 친구의 이야기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더니. 가난, 사랑, 식욕이라고 추가해라"
오늘도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지만, 이게 뭐라고 뭔가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오신 지 얼마 안 된 조리사님께 나의 거대한 위장을 들킨 게 뭔가 웃겼다.
(분명 티 안 낸 것 같은데.. 아니었나 보다)
백수 생활의 장점 중 하나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와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접시에 2인분의 양이 들어간 국밥 같은 파스타 먹어봤니?
나는 오늘 먹어봤다!!
행복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