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결혼전야

by 김귀자

다시 돌아왔다.
한참을 돌아온 느낌이었다.

몸은 고향에 와 있었지만
마음은 오래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감정은 서서히 정리되었다.
애써 외면했더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기까지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시간은 갔다.

1998년이 지나고, 어느새 1999년이 시작되었다.

이 면사무소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졌고,
익숙함은 때로 지루함이 되었다.

그 무렵,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그가 다시 나타났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처음으로 단둘이 만났다.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말이 많지 않았다.

그를 만나면서도 설레기보다는 혼자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버팀목처럼 대했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안정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남자 친구로는 만날 수 있어.”

그것이 나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엄마에게는 독한 말을 했다.
“난 평생 혼자 살 거야.”

엄마는 단호했다.
동네의 이목과 소문을 늘 신경 쓰던 분이었다.
아버지가 가정을 돌보지 못했던 세월 속에서
엄마는 자식들이 흉잡힐까 더 조심하며 살았다.

처음에는 결혼을 반대하던 엄마가 어느 순간 말했다.

“걔라도 괜찮으니 결혼은 해야지.”

체념인지, 안도인지, 나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는 남자 친구로서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전화하면 어디에 있든 달려왔다.
잊을 만하면 꽃을 차 안에 두고 가기도 했고,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었다.

큰 감정의 표현은 없었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시간은 조용히 흘렀다.
컴백한 지 몇 년이 지났고, 발령도 없이 제자리였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근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설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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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한 줄이라도 좋다. 읽어 주는 분의 삶에 감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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