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돌아오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돌아왔다.
결혼식은 정신없이 끝났다.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웃고.
사진을 찍고, 또 웃었다.
주변은 들떠 있었지만
그녀는 담담했다.
아니, 담담한 척을 했는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려보니
둘은 제주로 가는 배 위에 서 있었다.
“아일랜드 호.”
제법 큰 배였다.
그녀는 문득 예전에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타이타닉.
“컴백.”
그 대사만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었다.
바다는 고요했다.
파도도 없고,
사방은 어둡고,
넓은 바다 위에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예약도 못 했는데
방은 둘만 쓰게 되었다.
이층 침대가 있는 4인실이었다.
그녀는 2층 침대를 올려다보다가
말없이 1층 침대에 누웠다.
그는 옆에 조용히 누웠다.
오랜만에 긴 잠을 잤다.
그의 팔이 저렸을지도 모른다.
제주는 처음이었다.
배에 싣고 온 차로 섬을 돌았다.
한림공원,
유채꽃밭,
천지연 폭포,
민속촌의 마루.
둘은 맷돌도 갈아 보고,
마루에 앉아 가위바위보도 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둘이 함께 찍힌 사진은 많지 않았다.
삼각대가 없어
행인에게 부탁하기도 했고,
어딘가 높은 곳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셔터를 눌렀다.
서로를 찍고, 서로에게 찍혔다.
그런데도 아주 친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회를 처음 먹어보았다.
그녀는 반을 남겼고,
그가 말없이 다 먹었다.
해질녘 유채꽃밭에서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꽃은 환했고, 바람은 가벼웠다.
그런데 마음은 여전히 낯설었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그녀는 엽서를 썼다.
멀어져 가는 섬을 바라보며
글씨가 조금 삐뚤어졌다.
‘이 바다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일까.
결혼에 대한 기대감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짧다.’
배가 흔들렸다.
그는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옆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낯설고,
그러나 이상하게 편안한 얼굴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호텔에서 그가 캐리어를 처음 열었을 때
혼인신고서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제주에서 돌아오는 길,
그녀는 점점 작아지는 섬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눈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때서야, 아주 작은 안도감이 마음 한쪽에 내려앉았다.
육지로 돌아와
일상의 공간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다시 낯섦을 느꼈다.
신혼집도,
남편도, ‘아내’라는 이름도
아직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했다.
설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고요함이었다.
환상도 없었고,
드라마 같은 감정도 없었다.
그는 말이 적었고,
그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손을 잡으면 어색해서 오래 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의 손은 거칠었다.
그런데도, 그 손을 놓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이 사람과의 삶은, 요란하지는 않겠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나와 평생 크게 싸우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사랑이라기보다 삶에 가까운 선택,
설렘이라기보다 받아들이는 마음에 가까운 시작.
낯선 채로,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시간.
그래도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 삶을 살아내게 되겠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짧게 말했다.
"잘 살아보자."
그렇게 그녀의 결혼은
뜨겁지 않게, 과장되지도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조용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