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로마의 휴일

by 김귀자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는 종종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이라고 말하곤 한다.

생각해 보면 그녀 역시
그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여덟 해가 넘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에서는 공무원으로.

이름은 많았지만, 그 어느 역할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다는
묘한 죄의식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아줌마 여섯이
서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나섰다.

이름하여 ‘너울가지 씨밀레’.다

남과 잘 어울리고 오래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붙인 이름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비행기 한 번 못 타볼 것 같은 마음으로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

여행 준비를 핑계로 모이면 수다가 끝이 없었다.

어느 날은 호주 이야기를 하고,
어느 날은 미국 이야기를 했다.

마음은 벌써 대한항공을 타고
이국의 어딘가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지는 서유럽으로 정해졌다.

짐을 싸기 시작했다.

책 한 권,
노트 한 권,
항공우편 봉투 몇 장,
그리고 옷가지들.

남편은 마지막으로 소주 ‘이슬’ 한 병과

깻잎장아찌를 챙겨 주었다.

처음 가보는 낯선 나라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그날 밤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모두가 처음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

비행기를 처음 탄다는 언니,
고소공포증 때문에 창가 자리는 못 앉겠다는 언니,
아이들과 잠깐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모녀 사랑을 확인했다는 경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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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한 줄이라도 좋다. 읽어 주는 분의 삶에 감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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