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함을 껴안고도 리더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밤
나는 초보 팀장이다.
원해서 된 자리는 아니었고, 갑작스럽게 어깨에 얹힌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여러 명의 팀원을 이끌며 본업과는 또 다른 협업과 조율, 성과평가, 관계 조정까지 점점 지쳐갔다.
누구도 팀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기대는 높았다.
어느새 나는, 이리저리 치이는 동네북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갤럽 강점검사를 알게 되었고, 나의 상위 5개 강점은 화합, 개발, 공정성, 커뮤니케이션, 책임이었다.
역시 나는 강하게 끌어가는 리더가 아니구나.
듣고, 조율하고, 방향을 함께 잡아가는 사람이구나.
팀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충분히 대화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애써 온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소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 성향이 다른 몇몇 팀원과의 갈등은 반복되었고, 조율은 더디기만 했다.
감정적으로 휘몰아치는 말에 상처를 받았고, 다른 팀원들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며
내 판단이 틀렸던 건 아닐까 자책하기도 했다.
특히 팀원 A와의 반복적인 갈등은 지치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말을 전해도 감정이 담긴 반응이 돌아왔고, 내가 팀장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무게라고는 하지만 그 무게는 종종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려 애썼고, 이 문제의 본질이 내 약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에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달았다.
사실만을 정리해 담담히 피드백을 전하려 노력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래 고민하고 다듬은 덕분에 감정적이지 않되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순간이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
항상 수긍하고 나서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
그동안 내 약점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강점 중심의 코칭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시야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강점에 집중하려고 했고, 나는 내 안의 것들을 다시 꺼내보았다.
갈등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 '화합',
말로 정리해 나가는 '커뮤니케이션',
감정보다는 원칙을 따르려는 '공정성'과 '책임',
팀원 A의 가능성을 믿고 싶은 '개발'.
의욕이 넘치고 따뜻한 에너지를 나눠준 그룹코칭 팀원들과 함께
이 강점들을 더 나은 내일로 연결하는 시간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팀원 A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번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내 가치관을 지키면서도, 내 자신을 지키는 팀장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