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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슬생작가에게 최악은 없다(PET 시티 결과)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by 암슬생

온열치료차 지샘 병원을 찾았다(9.19일).

다른 때와 달리 수호천사가 함께했다.


수호천사가 함께한다는 건 뭔가 중요한 결정이 있거나, 예상되는 날을 의미한다.


오늘은 지난 수요일 찍었던 PET 시티 결과를 듣는 날이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에 논의 자리에 수호천사가 반드시 함께 있어야 했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대기하는 그 짧은 순간.

주기적으로 맞이해야만 하는 이런 순간들이 몸서리 치게 싫지만 피할 수 없다.


둘이 아무 말 없이 그저 손만 잡고 있다. 수호천사는 이미 며칠 전부터 신경을 쓴 탓에 얼굴이 말이 아니다. 많이 안쓰럽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목소리에 이미 답이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잡은 두 손들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고 머리는 망치로 맞은 듯 종소리가 들렸다.


"음~~ 변화가 필요해 보이네요."

선생님이 차분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전이가 되었다는 말씀인가요?"

둘이 동시에 물었다.


"지난해 간절제 수술 부위에 PET 시티 반응이 보입니다. 전이라기보다는 재발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선생님?"

이미 낙담해 말문이 막힌 만자씨를 대신해 수호천사가 물었다.


수호천사는 거의 준 의료인처럼 주치의 선생님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참담했다.


'그럼 이제 어찌해야 될까? 항암제를 바꿔야겠지. 몇 장 남지 않은 히든카드인데..'

예상한 시나리오지만 이런 생각을 하자니 눈앞이 흐려졌다.


이런저런 대안을 얘기한 끝에 현재 항암 방식(오니바이드, 키투르다, 렌비마)을 유지하되 이틀에 한번 먹던 렌비마를 매일 먹는 것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이를 보아가며 상황에 따라 거론되었던 다른 대안들을 적용해 보기로 결론을 내고 진료실을 나왔다.


수호천사를 거의 부축하듯이 하고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의논을 했다.


"자긴 참 꼭 최악은 피하는 것 같아. 난 다발성 전이일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수호천사가 거의 초주검이 된 상태로 말을 했다.


"그래. 최악은 피한 것 같아. 항암제도 그냥 유지하니까 나쁘지 않고. 또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가자. 너무 완벽하게 깨끗하길 바라는 건 암 환자의 욕심이야. 이렇게 힘들지만 계속 관리하며 살아내는 것에 감사하자."

만자씨가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


"고마워 자기야.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지 뭐."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수호천사가 말했다. 나를 꼬옥 앉으며 등을 토닥토닥했다.


며칠을 번뇌하며 별의별 상상을 했던 일이 막상 실체를 드러내니 마음이 오히려 편했다.


이 정도 일이면 또 견디어 내면 된다.


니체가 그랬듯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다만, 이젠 더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데.,.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글을 쓰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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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