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소식에 대한 의외의 반응들

모두가 기뻐해줄 필요는 없겠지만 이상한 반응도 있다

by 사에랑

임신소식을 주변에 얘기는 해야 할 텐데… 참으로 그 적당한 타이밍을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나는 사생활에 대해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편이 아니라서 몇몇 친구들은 내가 남자친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혼자 살고 있는지라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임신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조심해야 한다고 하고 배가 다 불러서 갑자기 임신했다고 고백하는 것도 조금 어색할 것 같았다. 그래도 적당한 때를 찾아서 얘기를 하긴 해야 할 텐데... 나 같은 경우에는 대충 친밀도에 따라서 한국에 있는 가족, 캐나다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반응이 참으로 다양했다. 의외로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한 반응도 있다.


1. "우와, 정말 잘됐다! 축하해!" 즉각적인 축하의 반응

이 반응이 임신했다는 말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로봇 같은 반응인 경우도 있고, 정말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축하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하의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가장 먼저 알게 된 남자친구는 고맙게도 너무나 기뻐하면서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달려와주었고,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남동생도 뛸 듯이 기뻐하셨다. 특히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잘 쉬고 계시다가 벌떡 일어나서 거의 어깨춤을 추셨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내가 혼자 살다가 고독사할까 봐 걱정하셨는데 어떤 형태로든 가족이 생겼으니 안도하시는 것 같았다. 특히, 아기엄마인 친구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아이를 만나면 사랑에 빠질 것이고 이 특별한 경험을 즐기라면서 좋은 얘기만 해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이를 가지기 전에는 털어놓지 않았던 본인의 임신과 출산 경험도 공유해주기도 했다.


2. “갑자기? 어쩌다가?” 약간의 버퍼링 후 축하의 반응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혼자 살고 있었고 남자친구 얘기를 잘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할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나 나나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고 평일에는 각자 바빠서 연락도 하지 않다가 주말에만 만나서 같이 달리기나 운동을 같이 하고 맛집에 가서 폭식을 하는 것이 우리의 액티비티의 전부인지라 그다지 관련해서 남에게 털어놓고 싶은 일화나 고민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계속 만나다 보면 동거나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 그럴 계획은 없었어서 내 입장에서는 남자친구 얘기를 할 명분이 전혀 없었다. 물론 주변의 친한 여자친구들에게는 얘기를 하기도 했고 커플들끼리 만나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친구 한두 명이 전부였다. 배가 너무 나오기 전에는 얘기를 해야겠다 싶어 몇몇 지인들에게 임신 얘기를 하니 정말 너무 깜짝 놀랐는지 갑자기 행동에 버퍼링이 오는 것이었다. 남자친구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어디서 아기를 가졌다고 하니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3. “누구 앤 데? 낳을 거야?” 다소 기이한 반응

첫 번째와 두 번째 반응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갑자기 애아빠가 누군지 설명이 필요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바로 축하를 해준 지인들에게는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반응을 보인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가 내 나름대로는 캐나다 현지에서 제일 친한 친구라고 느꼈던 지라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친구는 이미 내 남자친구의 존재도 알고 있었고 이 친구의 남편도 동석해서 수차례 밥을 같이 먹고 시간을 보냈었는데 임신소식을 알리자마자 누구 애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거였다. 에너지가 없어서 남자친구 한 명 있는 것을 주말에 간신히 만나는데 내가 어디서 다른 남자랑 애를 만들어 오겠는가? 그리고는 그 애를 넣을 건지, 낳을 거라면 입양을 보낼 거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거였다. 내 남자친구가 어지간히 싫었던 모양인 건지... 나는 이 아이를 낳고 싶은 건지 어쩐지 얘기한 적도 전혀 없고 갑자기 임신하게 돼서 혼란스럽다는 얘기를 한 게 전부였는데 말이다.


이 친구의 이상한 소리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혹시 아이가 동성애자일수도 있으니 남자친구가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밑도 끝도 없는 소리도 덧붙이는 거였다. 내 남자친구가 동성애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혹시 나 혼자만 이런 이상한 반응을 듣는 건가 싶어서 네이버로 ‘임신사실 알린 후 주변 반응’을 검색해 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가까운 사람 중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는 모양이었다. 검색해서 읽은 글을 토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친한 사람의 변화에서 오는 서운함일 수도 있겠고, 미혼인 친구들의 경우 관심사가 다르고 경험이 없다 보니 어색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 듯했다. 그렇지만 그 친구는 기혼인 친구이고 아이 생각은 없다고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왔다. 내가 묻지도 않아도 아이는 갖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던 애였다. 매년 생일 등 중요한 기념일을 함께 챙기고 시간을 보냈던 친구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실망스럽기도 하고 내가 앞으로 이 친구를 어떻게 대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내가 계획을 하든 하지 않았든 임신을 하게 된 것, 이 소식을 주변과 나누고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은 나에게도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다. 처음에는 정말 나도 내 기분을 몰라서 임신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펑펑 운 적도 있다.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나의 삶이나 아기의 삶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호르몬 때문에 기분이 들쑥날쑥하기도 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기를 갖기 전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난감했던 적이 있다. 친한 사람이야 당연히 축하를 해주지만 어중간한 친분의 사이인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아, 이제 이 친구는 아기 낳으면 어차피 안 만날 것 같은데 돌잔치 초대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부터 한 적도 있었다. 나는 아직 결혼생각, 아이 생각이 없는데 친구는 가족을 꾸리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괜히 나의 삶에 대해 반추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또한 1,2,3번의 반응 외에도 여러 가지 조언이나 충고도 이어졌다. 임산부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또 내가 모르는 것은 얼마나 많고 알아봐야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앞으로 아기를 뱃속에서 잘 기르고 낳는 것이 걱정되지만 이 경험을 즐기면서 행복한 임신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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