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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공직자들의 헤어질 결심

이제 공직 내부의 시스템도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by 샤인 Feb 24. 2025


오토트리뷴/ 게티이미지




정기구독하는 두 개의 신문에서 같은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다.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 제목만큼이나 헤드라인도 자극적이다.‘가짜 노동 없애야 공직사회 살아나죠’. 퇴직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다만 오랜 시간 공직사회에서 경험한 다양한 헛짓거리를 통해 얻은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라고 했다.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그를 공직에서 물러나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러나도록 정하여져 있는 나이까지 근무했던 구시(9급에서 시작) 사무관이었던 필자는 고시 사무관이었던 그의 내면과 정황이 궁금하여 서둘러 책을 주문했다. 


금수저의 항변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읽고 나니 ‘지못미'다. 왜 그가 공직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만 했을까?    




 

그는 논리적 토론을 좋아하면서 인사철 무렵에는 일부러 멀리 떨어진 타 부처의 구내식당에서 혼밥을 하기도 하는 자칭 ‘청개구리 심보’를 가졌다. 


그렇다고 공직사회가 PSAT(공직 적격성 평가)를 통과한 그를 포용하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서기관 승진 후에도 저작권 전문가가 되고 싶어 관련 부서를 계속 희망한 ‘본인의 욕심'이 원심력으로 작용했다고 보기도 무리다.    




  

새벽까지 기다렸다 준비하는 국회 질의·답변자료 준비, 발표에만 방점을 두는 업무계획, 수많은 예산과 사업 설명자료, 경제장관 회의자료, 다양한 버전의 법안 심사자료, 수십 가지의 업무 메일 작성 등 외부인 시각에서 보면 허드렛일(?)이 그를 젖게 했다. 지방의회에 대응해야 하는 지방공무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난해 1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나는 이 조직에 남기 위하여 어떤 직무라도 수행할 용의가 있다’라는 항목에 대한 공감도가 2017년 3.09점에서 2023년 2.77점으로 큰 폭 하락했다. 공직생활에서 조직 몰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무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흥미, 열정, 성취감 등을 측정하는 직무 만족 인식도 2018년 3.6점에서 2023년 3.38점으로 낮아졌다. 공직에 대한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자신문 / 김은혜 의원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의제 설정과 정책 결정 권한이 관료 중심에서 정치 영역(국회, 대통령실과 여당 등 집권세력 등 포함)으로 기울어졌다. 규모와 시기만 다르지 지방에서도 흐름은 마찬가지다. 


과거의 일방적인 행정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유관단체와 기업, NGO(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주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거버넌스가 작동되고, 국민(주민) 참여도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빈도와 강도가 문제다. 이 두 가지가 지나치게 작용하면 실무 공직사회는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삼권 분립도, 견제와 균형도 정도를 넘어서면 간섭이 되는 것처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공직 시스템도 요즈음 환경 분야에서 강조하는 말처럼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공직사회가 흔들리면 사회 안정성이 약화되고, 공공서비스의 질도 저하된다. 중앙과 지방의 실무 공직사회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중간 관리자의 인식 개선과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인사도 섞이지 않거나 고이지 않도록 불필요한 경직성을 완화하면서 자율성과 전문성은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사회적 시각도 ‘너 때문이야’라는 식의 책임 전가식 문책보다는 변화된 행정 여건만큼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공직자가 중간퇴직이 아니라, 정해진 연한까지 봉사하고 나올 수 있다. 올해는 참말로 ‘나는 이렇게 일했다’는 성공담이 많아지고, 유능하고 젊은 공직자들이 ‘헤어질 결심’보다 ‘함께할 결심’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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