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 호주 골든코스트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을 가면 공통적으로 자주 느끼는 감정이 자유로움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데서 오는 해방감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카페를 가든 마트를 가든 내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신경 쓰곤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차림과 태도 말투에 서로가 영향받으며 그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외국에서는 주변사람을 크게 신경 안 쓴다. 이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나의 존재를 주변사람들이 개의치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나도 타인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내가 거주하던 싱가포르에서는 매끼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디에든 '호커센터'라고 하는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래서 아침이면 러닝에 슬리퍼를 끌고 3초 전에 자다 일어난 모습으로 호커센터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러닝을 입던 털옷을 입던 눈길 한번 받기 어려운 곳이 싱가포르이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기 때문에 서로의 겉모습이나 의복이 애당초 꽤 다르니 작은 차이는 더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타인이 나를 의식해주지 않는데서 오는 편안함은 정말 컸다.
나는 어떤 도시나 나라를 가면 그곳만의 인상을 색깔로 느끼곤 한다. 한국은 회색으로 느낀다. 회색도시. 세련되고 조금은 차가운 느낌. 싱가포르는 진녹색으로 느껴진다. 열대기후로 항상 푸르르고 무더운 날씨와 후끈한 생명력이 있는 진녹색. 그리고 그 속에 이방인으로써 존재했던 나.
한국에서의 오지랖과 관계성에 지쳐서 해외로 가고 싶었던 나는 해외에서는 참 외로웠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일하는 팀비행도 인간관계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지만, 그만큼 관계성이 쌓이지 않아 인간관계를 쌓아가기 어려웠다. 떠나고 나서야 있었던 곳이 제일 좋았다는 그 상투적인 감정을 지겹도록 반복해서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돌아왔고,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살기로 결심했던 선택도, 그곳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2년도 후회가 없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사람도, 사랑을 찾은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그저 소모되었다고 느꼈던 시간들도, 지나고 보니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이해하게 된 경험이었다. 아 내가 이런 상황을 진절머리 치는구나 하고. 그래서 기꺼이 이곳 머나먼 타국으로 설렘을 안고 꿈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여전히 응원하고, 동시에 타국에서의 생활에 지쳐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