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섞어 내리던 을씨년스러운 바람 쎈 거리에
살대 몇 개 빠져 구르던 버려진 우산 하나가
순간 내게는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었지만
우산 속에 가려진 나의 부끄러움이
막다른 골목에 그를 곱게 접어 놓았을 때
또다른 부끄러움이 튀어 나온 우산살처럼
누추하게 나의 양심을 찌르고
누군가의 손에서 누군가의 손으로 이어질
우산을 생각하며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
모든 누추한 곳에 사랑으로 가 닿는
물의 희생과 사랑을 생각하고는
내 누추한 마음을 잠시 덮어 주었던
너의 사랑을 생각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