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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猶豫

시와 단상

by 조헌주





오지 않는다


절정에서 고뇌하는 슬픔은

끝을 모르고 방황한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일어서야 할 순간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영혼의 가련함이여


너는 폭풍우 한가운데서 좌초를 기다리는 낡은 난파선

난파선의 운명은 가혹하리만큼 시리고 노여웁다

어떤 힘도 의지도 없이 바람과 파도에 이끌리다가

운명의 바위를 만날 것이다


유예의 시간이 너무 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스로 난파시킬 용기가 없는 난

쉴 줄 모르는 잔인한 파도에 뜯기는 영혼이여

이제는 일어서야 한다 나의 운명이여


기다림은 유예된 운명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기다리지 말고, 짐을 벗어라

내 영혼에게 이르노니

제발 일어서라






유예는 불확실성에 근거한 불신(不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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