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도록

by 하름구늘


비틀거리던 마음들이 비로소 정상궤도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완전히 들어왔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요. 하나 차분히 사그라들어가는 중입니다.

천천히 한 단계씩 진행되는 마음이 아니어서였을까요. 짧은 시간에 활활 타버린 장작은 일말의 조각도 남기지 않은 채로 재가 되었습니다. 잔잔하게 타고 있는 장작불을 좋아하는 저로선, 휑 하니 날아가버린 그 시간들을 깨달을 때마다 멍하기만 합니다.


완전히 정리해 볼까 생각했으나, 흘러가도록 두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지요. 타고 남은 재가 바람에 실려 여기저기 흩뿌려지듯, 그 날아가는 모양새를 가만히 바라보려 합니다. 날아가는 재들을 보며 저 또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허탈함, 쓸쓸함, 후련함 등 분명 여러 감정이 뒤엉켜 저를 덮쳐오겠죠. 혹여 돌풍이 일어 그 잿더미를 스스로가 뒤집어쓰게 된다 하여도, 잿가루를 제때 청소하지 않았던 저이니 그 또한 담담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이 있고, 그 길로 들어선 사람의 책임만이 존재하니까요.


그저 많이 비틀거리지만 않길,

시간이 흐른 후의 본인에게, 그 모든 것에 기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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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양한 감정을 겪어봤으니 다행입니다. 기억으로 살아가도 될 정도로 하늘을 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세상에 혼자 남아있나 착각이 들 정도의 쓸쓸함도, 고요한 호수도 다 겪어봤으니 참 다행입니다.

그저 곁에서 안부 한마디를 얹을 수 있음이 행복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잔재로 남겨두고 차근히 더 차근히 쌓아가야겠습니다. 그 시간들은 정말 하나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니.

다듬지 않고 원래 그대로 차곡차곡 쌓아야겠습니다. 파도가 오면 파도에 몸을 싣고, 벅찬 감정이 몰려오면 몰려오는 대로 성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어느 순간엔 예쁘게, 또 어떨 때엔 모나게, 그렇게 잘 쌓아 하나의 모래성을 만들 거예요. 모래성은 언젠가 무너지겠지만 그 성을 짓는 그 시간은 제게 분명 행복일 겁니다.

무너지더라도 괜찮습니다. 다음의 모래성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면 되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그런 방식으로 제 마음과 행복을 지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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