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2_그리스 6
♡ 여권이 없어도
공항 수하물 보관소에 맡겨놓은 캐리어는 원래 러시아 갈 때 찾을 계획이었는데, 큰 캐리어에 운전면허증을 넣어둔 바람에 내일 차를 렌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찾아야했다. 지하철타고 신타그마역에 가서 공항 행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 뭐 이 정도는 이제 일도 아니다.
허걱! 그런데 수하물 보관소에 도착해서 문제가 생겼다.
여권을 안가지고 온 것이다. 보관해 놓은 수하물을 찾으러 온 사람이 신분증을 안가지고 온다는게 말이 되나?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하는 수 없이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진으로 찍어둔 여권으로 확인하고 수하물을 반출해 달라고 부탁을 해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안 된다고 잡아떼던 직원에게 여권을 가져오려면 아테네 시내까지 다시 갔다가 와야 돼서 왕복 4시간이나 걸린다고 구구절절이 하소연을 했더니 다행히 사진에 있는 여권을 보고 수하물을 내주셨다.
감사했다.
아니, 내 불쌍한 표정과 어리숙한 영어가 통했다는 게 더 감사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는 순간이었다.
♡ 유령 렌트카 회사?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아테네대학 역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가서 찾은 주소에는 어라? 렌트카 회사가 없다. 유령회사가 아닐까 걱정하면서 빌딩 관리아저씨에게 렌트카 회사가 여기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다행히 아저씨가 렌트카 회사에 전화해서 바꿔주신다.
렌트카 회사가 얼마 전에 이사를 갔단다. 그래서 어제 내게 전화를 해서 이사 간 주소를 알려주려고 했는데 내가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단다. ‘역시 영어를 잘 해야 돼. 전화내용을 알아들었으면 고생 좀 덜 했을 텐데’라고 생각한 순간이다.
다행히 렌트카 회사 직원이 이쪽으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이번에는 산토리니 여행 때와는 다르게 순조롭게 렌트를 해서 칼람바카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송송커플을 탄생시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였던 아라호바에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아라호바는 참 예쁘고 작은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간단한 점심식사와 함께 아라호바의 여유로움을 가슴에 담고 우리의 목적지인 메테오라가 있는 칼람바카의 숙소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는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야 칼람바카의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에서 보이는 메테오라의 위엄은 아테네에서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웅장함이 있었다.
이번 숙소의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리자 가까운 곳에 있었던지 금방 우리를 반기며 숙소로 안내했다.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라서 조금 실망을 하며 따라 들어간 실내는 너무나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잠깐 느꼈던 실망감은 사라져 버리고 빨리 침대에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