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명망이 좋고 부자인 윤 씨 집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빌리지를 만들기로 했다.
마을 근처 산속에는 도깨비들이 산다는 큰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집을 짓기에 아주 좋은 나무였다.
“집 짓기에 정말 좋은 나무야.”
그는 나무를 베기로 결심을 했다.
“이 나무는 도깨비들의 나무라 신성한 나무요. 인간들의 것이 아니란 말이오.”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를 벤다는 말에 모두 반대를 했다. 그 집에 일하는 자들은 그 나무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었다.
“저 나무는 도깨비들이 사는 곳인데 저걸 건드리면 큰 벌을 받을 거야.”
“도깨비가 나타나면 어떡하지?”
“빨리 나무를 베라.”
윤 씨는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무를 베려고 하지 않자 그가 먼저 나무를 베었다. 나무를 베자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윤 씨는 돈이 많았기에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집을 지었다. 집이 완성되자 윤 씨는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집을 지었어.”
그는 가족들과 새로 지은 빌리지에서 함께 살았다. 가족들이 모두 이사 오는 날 이삿짐을 다 옮기고 피곤함에 모두 일찍 잠이 들었다. 밤이 되자 구렁이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밤에 물을 마시러 나온 송 씨 부인은 구렁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사 온 그날부터 그 집안에는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었다. 송 씨 부인도 아이를 낳던 날 딸을 낳고 숨을 거두었다. 송 씨 부인이 죽고 나서 김 씨 부인이 시집을 왔다. 그녀는 마음이 따뜻하고 강인한 여자였다.
1년에 몇 명의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었다. 마을에는 귀신이 든 집이라며 소문이 났다. 3년째 되는 날 윤 씨의 가족들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그 집을 버리고 도망을 갔다. 무엇인가를 본 사람들처럼 그들은 그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그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 집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다. 윤 씨 집이 부자였던 것을 안 도둑들은 몰래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가기도 했다. 물건을 훔치러 온 도둑들은 집에 들어온 그날부터 두려움에 떨었다.
“집에 뭔가가 있었어. 있었다고.”
집에 다녀간 후로 도둑들은 정신이 미쳐갔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그 빌리지는 돈이 아주 많은 젊은 부자들이 샀다. 그들은 사업가, 정치가, 교수 등 그 분야에서는 최고였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도깨비였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자들, 그들은 젊음을 유지하며 이 세계를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재산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인간과 같은 도깨비가 되었다.
예전에 도깨비들에게는 서열이 있었다. 그들은 힘이 센 자가 대장이 되었고 무리들은 그를 따랐다. 세상이 평등한 사회가 되면서 도깨비들의 서열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족을 먼저 챙기게 되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삶을 살았다. 도깨비들에게도 개인주의 문화가 생기면서 서로가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깨비들의 대장이었던 가문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들어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몇백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이제 이러다가 도깨비들은 모두 없어지게 될 거야. 항상 함께해야 우리의 힘을 기를 수 있는데 이렇게 다 따로 놀아서야. 이제부터 나는 학교를 만들 거야. 도깨비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학교를. 도깨비들은 더 단결해야 해. 그래야 인간과 함께 살 수 있어.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해.”
학교의 이름은 도깨비방망이의 줄임말인 도방 학교로 정해졌다. 도방 학교는 최고의 엘리트들만이 다닐 수 있는 학교였고 도깨비들은 언제든 입학이 가능했다.
도깨비 빌리지는 도깨비들이 이사 오면서 최고로 멋진 빌리지가 되었다. 집을 리모델링하고 길을 잘 닦아서 누가 보아도 부자들이 사는 곳 같았다. 도깨비 빌리지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세아는 유치원생이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세아의 엄마 미연은 다른 엄마들이 도방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친구들은 다 도방 초등학교에 간다는데 세아도 한번 넣어볼까?’
미연은 다른 엄마들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세아가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추첨을 하러 갔다. 미연이 추첨을 하러 나가자 미연이 잡은 공은 입학을 나타내는 짙은 회색빛의 공이었다. 공은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빛이 있었다.
“어떡하지? 세아의 친구들은 전부 추첨이 안 됐다고 하는데. 그냥 친구들 가는 학교로 갈까?”
세아의 할머니는 이런 미연을 보며 말했다.
“세아가 추첨해서 됐으니까 우선 보내봐. 학교도 좋다는데 아깝잖아.”
“어. 세아만 혼자 그 학교에 간다고 하면 싫어할 텐데.”
미연은 한숨을 쉬며 세아를 보았다. 세아는 다행히 도방 초등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다.
3월이 되자 세아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세아는 학교 셔틀버스를 엄마와 기다렸다. 미연은 세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가 이따가 여기로 데리러 올 거야.”
“엄마 회사는?”
“아침에 갔다가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기로 했어.”
셔틀버스가 도착하자 세아는 손을 흔드며 버스를 탔다. 미연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방 초등학교 앞에는 멋있는 차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차에서는 아이들이 내렸고 모두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학교는 대학 캠퍼스처럼 넓었다. 운동장이 크고 정원이 멋진 학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