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뷰티샵 원장, 70대 아버님을 울리다

의심을 빵으로 바꾸는 예술

by 비비걸

나는 뷰티샵 8년 차 원장이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고객님들이 울곤 한다.


2년 전, 따뜻한 3월, 한 아버님 고객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상당히 의심이 많고 눈빛이 강력하게 반짝이는 분이었다. 나이는 있지만 깡이 있어 보였다. 나중에 물어봤는데 팔굽혀펴기도 매일 100개씩 하신단다. 지나가다가 상담하고 싶다고 들르셨다.


나는 전공이 비서행정학이라 미소는 그냥 장착되어 있다. 나의 미소를 받으시며 따뜻한 스벅 커피를 대접해 드리니 의심의 눈빛이 풀리면서 확신에 찬 내 목소리를 경청하시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훑어보지 않아도 자동으로 스캔을 한다. 말은 정면을 보고 있어도 360도가 보인다고 한다. 나도 초식 동물이 앞을 봐도 옆이 다 보이는 것처럼. 그냥 다~ 보인다.


1초 만에 스캔 끝. 머리카락이 별로 없으시고 눈썹 반영구도 예전에 하셨던 것이 지저분하게 빠져있다. 이건 팩트다.


나는 고객님이 먼저 말씀하시기까지 기다렸다가 본론을 말씀하시면 바로 캐치하여 해결 방법을 설명해 드리는 편이다. 내가 나를 의심하면 고객님도 나의 실력을 의심한다. 그래서 우리 같은 기술자들은 내면이 단단하다. 1~2년 후에 어떻게 될지도 예측하여 말씀드린다. 과하지 않으면서 아름답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설득한다. 뭐든 과하면 아름다움에서 벗어난다. 너무 티가 나면 잘못된 시술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우리 고객분은 1시간가량 상담을 하시고 두피와 눈썹을 예약하고 가셨다.


첫 번째 작업 날은 역시 의심이 남아서 궁금한 게 많으셨다. 결혼은 했냐, 남편은 뭐 하냐, 애는 있냐부터 두피 문신 색소는 원료가 무엇이냐, 어떠한 원리고 두피 문신은 언제부터 했냐. 나는 눈으로 하나하나 다 보여드리면서 확인시켜드렸다. 한번 오실 때마다 1시간 30분을 고객님과 한 번의 쉼도 없이 예쁘게 작업에 충실했다.


두 번째 작업 날에서는 본인에게 관심 갖는 할머니들은 차단시킨다는 이야기도 하실 만큼 마음이 열리셨다. 부동산을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는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세 번째 작업 날에는 빵까지 가득 주셨다. 게다가 내가 뭘 좋아할지 몰라 종류별로 다 사 오셨다는~~!!. 그 진심이 나에게 전해졌다. 가격이 상당했을 것 같았지만, 아버님의 마음이라 맛있게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날은 마무리하고 머리를 빗겨드리면서 두피에 도트가 예쁘게 찍혔나 내가 너무나도 세밀하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에게 말씀하셨다.


“박 원장! 나 눈물이 나~” “왜요? 너무 아프셔서 우시는 거예요?”


“아니~~~” “그럼 머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돼서 감동받으셨어요?”


“응~박 원장 너무 고마워!”


“난 여길 선택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


“아 정말요? 저는 고객님이 아름다움을 찾으시면 그걸로 너무 행복한 사람이에요.” “근데, 아버님 왜 눈물이 나세요? 이렇게 강인하신 분이??”


“나 박 원장이 아까 거울 보여주고 머리를 빗겨주는데. 머리카락도 별로 없는 나를 위해 머리를 빗겨주니까 너무 고맙고 감동이야~” “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엄마가 나 학교 갈 때 이렇게 항상 머리를 빗겨주셨거든?”


“엄마 생각이 나서~~~ , 너무 고마워”


“저도 감동이고 눈물 나요~~ (뿌잉)!!”


“자식도 와이프도 내 머리를 이렇게 곱게 빗어주지 않거든” “박 원장은 더~~ 성공할 거야! 난 알아”


네 번째 작업, 이제 마지막 만남이었다. 거의 예쁘게 완성되었기에 부족한 부분의 밀도를 채워드리려 좀 더 꼼꼼한 터치를 하였다. 갑자기 아버님이 물으셨다. 30년 넘게 다닌 이발소에서 어떤 남자가 두피 문신을 까맣게 한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본인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숱을 그냥 채우는 거랑 밀도 등등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며 그 사진과 예후를 보여드렸다. 그렇게 누가 봐도 까맣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얘기를 쭉 들으시더니 바로 사과하셨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괜히 늙은 이발소 사람 말 듣고 까맣고 진한 게 무조건 좋은 건 줄 알았다고 하셨다. 우리는 다시 마지막 작업을 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후로 아버님은 3~4회 빵집을 탈탈 털어오셨고, 일찍 방문하신 날에는 샌드위치,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 초코소라빵, 휘낭시에, 브라우니 등 생소한 빵도 있다면서 좋아하셨고, 조금 늦게 빵집을 가신 날에는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 싹쓸이해왔다며 또 좋아하셨다. 빵의 종류와 개수만큼이나 이야기도 쌓여갔다.


최근 막내아들 결혼 전 눈썹을 다시 하고 가셨다. 두피 문신이 자연스럽게 된 덕분에, 친구들이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젊어진 것 같다고 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내가 돈이나 체력이나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는데, 머리카락이 없어서 그게 자존심이 상했는데, 이번 친구들 모임에선 아주 으쓱하셨다며 기분 좋은 말들을 전해주고 가시곤 했다.


겉모습 좀 손본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할까싶겠지만, 내면의 빛이 반짝이는 순간들을 목격하다보면 확신하게된다.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영혼까지 치유하는 ‘의미있는 예술’이라는 걸. 나는 기술로 사람의 외모를 디자인하지만, 사실은 내면까지 어루만져주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고 있는 예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