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ley Jul 28. 2022

[문화산책] MBTI : J형 vs P형

입력 2022-07-26   |  발행일 2022-07-26 제15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하는 성격유형 지표인 MBTI의 트렌드는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작년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MBTI 테스트는 어딜 가나 서로의 유형을 물으며 금세 어색함을 푸는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이러한 인기는 온라인상의 다양한 밈(meme)을 만들어 내고 마케팅에도 활발히 활용되며 하나의 사회적 놀이문화로 발전했다. 이 테스트로 그 사람의 진로, 의사소통, 대인관계, 적성 등 다양한 성향을 예측해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효과적인 공부법이나 선호하는 일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전시뿐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 기획자가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할 때 계획을 세우는 데 꽤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는다. 상상으로 기획해서 아름다운 마을을 꾸렸다면, 이제는 이 마을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토대를 닦고 계획을 세워야 할 순서다.

계획 수립의 단계에서 MBTI유형 중 J와 P의 성향의 차이는 매우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

학예연구실뿐만 아니라 홍보팀과의 홍보전략 수립,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교육팀과의 논의, 미술관 시설과 출입 관리를 위한 시설팀·보안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많은 업체와의 세부 내용과 일정 조율 등 관리동 안의 모든 사람과 일을 진행할 때, 모든 것이 체계를 가지고 큰 무리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가 키 포인트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잘 살피려면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획자의 MBTI 성향은 변화보다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J, 즉 판단형(Judging)이 부합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계획은 어기라고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고심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는 항상 무너진다. 예상 밖의 돌발상황이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계획과 동시에 유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순발력과 판단력이 좋은 P(인식형, Perceiving)는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한다. 실제로 필자는 일을 진행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단은'이라는 마법 같은 단어를 수도 없이 내뱉는다. J가 되고자 애썼지만 반강제적으로 P가 되고 만다. 다양한 사람과 하나의 목적을 가질 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노력해야 하는 딜레마가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도 계획 짜는 P 혹은 유연한 J,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며 J와 P의 시너지가 간절하다.

이혜원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가의 이전글 [문화산책] 기획, 아름다운 마을 꾸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