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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실상은 헤이그의 인공 호수

by Kim Nayo Feb 27. 2025

네덜란드 관광 가이드 북을 보면 간단하다.

암스테르담,로테르담,헤이그,델프트.....

그 중 하나 네덜란드 제 3의 도시라는 헤이그에 사는 나.

헤이그의 정식 명칭은 덴 하그로 옛부터 왕족과 귀족이 살던 정치 중심지로 약 60여 개의 대사관이 있다.

헤이그 관광 명소 중 시계탑과 두 개의 첨탑으로 유명한 평화궁.

1913년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가 150만불을 기부해 만든 것으로 안에는 국가들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국제사법재판소가 들어 있다.

투어도 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나는 들어 가지는 못했고 자주 지나 다니고 있다.

바로 우리 아파트 근처이기 때문.

내가 사는 곳을 소개하자면,부채꼴 모양의 우리 아파트와 다른 형태의 4개의 아파트가 모인 중앙에 꼭 체온계꼴의 인공 호수가 만들어져 있다.

바로 이 호수는 내가 이곳을 선호한 가장 결정적

동기를 주었다.

'봄이면 꽃 피고 백조도 오겠지?'

집을 보러 다니던 날.

거실과 안방 쪽으로 둥근 호수가 보였다.

그 호수와 공원에 대한 화려한 이미지를 그리며 창밖을 떠나지 못하고 방글방글 웃는 나를 보고 브로커가 남편에게 말했던 것이다.

"네 아내를 봐라,아주 행복 해 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더이상 다른 집을 찾아 볼 필요없이 이 집을 택했다.

주택가 곳곳에 운하와 연못이 있어 왜 이런 인공 연못을 또 만들어놨을까 위아해했는데 살다보니 연못에 찾아오는 온갖 새들과 벌레들을 보며 아, 자연친화...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녹음이 파릇이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4월 중순.

내 상상대로 꽃 피고 백조가 노니는 호수......이여야만하는데 백조는 없고 늘 한 쌍이나 많아야 두 쌍 정도의 오리들만이 동동~~~

가끔 정말 못 생긴 거위나 시걸들도 보이건만 백조는 오지 않는다.

우리 딸에게 백조의 호수라고 일러 두었건만......

애들도 백조가 언제 오냐고 몇 번이나 물어 보더니 이젠 아예 잊어 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기다리고 있다.

헤이그 옆 동네,봐세나르를 지나다 잠깐 본 백조를 내 머리 속에서는,계속 우리 집 호수 안에 집어 넣고 있다.

맘 같아서는 백조를 찾아가 지도라도 펴 보이며 여기도 호수가 있으니 놀러 와 달라고 초청이라도 해 보고 싶지만......

가끔씩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과자나 빵,팝콘 등을 오리에게 주곤 하는데 진정한 이유즉슨,

"애들아,많이 먹고 여기 선전 좀 잘 해라."

라는 의미의 꾸악꽉 오리소리를 잘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여전히 희안하고도 낮은 오리 소리-점점 내 오리 소리도 업다운 톤으로 발전 해 가고 있다-로 집중을 하며 과자를 부셔 오리에게 던져 주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금발의 젊은 청년과 그의 여자친구와 눈이 따악 마주쳤다.

둘 다 웃음을 참지못하는 요상한 표정이였고 아마 나 또한 그랬으리라....

난 순간 우리 애들이 낸 소리로 위장을 하려했건만 휙 둘러보니 마침 애들은 저 멀찌감치서 잡초를 꽃이라고 좋아라 뜯고 있었으니.....

아......내가 이렇게도 백조의 호수를 위해 애쓰고 있건만....

좋아라 날아드는 것은 지나가는 까마귀들이요,때론 털 빠진 시걸과 거위뿐이니.

가만있자.

백조의 울음 소리도 알아 두어야 하는게 아닌가?

아니다.

백조의 웃음 소리이여야한다.

어떻게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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