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패배주의에 찌들어있거나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자신의 세계에만머물렀고, 모든 도덕적 기준과 규범,가치관을 허물어뜨려 다른 사람들과세상에 대하여 상처와 고통을 주었다.
그리고는 끝내 자기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특히 이방인은 이방인이라는 단어자체에서 오는 이질감과고립감, 낯선 느낌으로 인해 제목만으로도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해져 왔다.
뫼르소, 그의 삶은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마음, 영혼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로 '이방인'이라는 단어처럼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으로 유명한 이 문장은, 어쩌면뫼르소의 삶이 엄마로부터 태어나 시작된것이었고, 그 시작의 일부였던 엄마에게조차 이미 관계를 상실당한 채 엄마에서부터 연결된 세상 다른 것들과도 철저히 단절되었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에 더하여 엄마의 죽음이 오늘인지 어제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뫼르소의 무심함, 무감각함이있었다.
이방인 1부는 뫼르소가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는 1부를 읽는 내내 어떤 무력감과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엄마의 죽음에 당연히 반응하게 될 슬픔, 아픔, 고통, 눈물, 후회,그 어떤 감정도 그에게서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는 어색하고 불편하고섬뜩하기까지 했다.
마치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듯 엄마의 죽음을 정리하는 장례식장에서의 그의 말과 행동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는 관뚜껑을 막기 전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를 거부했고, 엄마를 앞에 두고 밀크 커피를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
엄마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어물쩍 대답을 넘겼고, 엄마의 오랜 남자친구였던 페레스가 슬픔에 못 이겨 기절하는 모습을 메마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덥고 지루하고 힘들었던 여정을 끝내고 이제는 잠을 푹 잘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홀가분해하였다.
그로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 별다른 뜻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땅히 슬퍼해야 함에도 슬퍼하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그가 저지른 살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장례식장에서의 이러한 그의 모습들 하나하나는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그를 향한 치밀한 공격수단으로 돌아왔다.
그는 살인이라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후회와 반성의 감정도 느낄 줄 모르는 냉혈한일 뿐이었고, 때문에 그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서 비난받으며 세상밖으로 내쳐져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뫼르소는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주말에 수영을 하러 갔다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마리를 만나게 되었고 사랑을 나누게 된다.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 자기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묻는 마리에게, 그는 결혼이 자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으며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도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파리에서 근무할 것을 권하는 사장에게도 그는 여기에서의 삶에 불만이 없다고 말하며 파리 근무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살라마노 영감은 스패니얼 품종의 개를 매일 데리고 다니며 구박하는데, 어느 날 개를 잃어버리고 나서는 자신이 그 개에게 길들여져 있었다고 고백한다.
뫼르소는 외로운 처지의 살라미노 영감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하고, 레몽이 부탁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해결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하게 베풀었던 그의 이러한 배려와 친절한 행동들조차 법정에서는 그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되었다.
뫼르소의 편에 서서 증언해 준 지인들은 논리적이지 못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언변 때문에 배심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였고 결국 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방인 2부에서 시작된 뫼르소에 대한 재판과정의 부조리함은 예심판사의 심문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를 향한 예심판사의 집요한 질문공세와 회유, 설득은 그가 행한 살인사건 자체와 그 내용, 사건의 본질에서는 한참 비껴서 있는 것들이었다.
예심판사는 첫 번째 총격 이후 시간을 두고 두 번째 총격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뫼르소가 예수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이후 재판장, 검사, 변호사가 진행하는 재판과정에서도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재판에서 한마디 말을 할 기회도 부여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살인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묻는 재판장에게 뫼르소는 "그것은 태양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엉뚱하고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답변이었지만, 아랍인의 칼날에 번뜩인 햇빛의 날카로운 눈부심으로그는 앞을 볼 수 없었고, 칼을 든 상대방을 볼 수 없다는 불안과 공포는 그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것이었다.
살인은 이처럼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법정에서 그의 범행에 대한 기소와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엄마의 죽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그를 고의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저지른 악마와도 같은 범죄자로 만들었고, 사람들의 진술들은 그에 맞게 퍼즐처럼 맞추어졌다.
이제 사형수가 된 뫼르소는 재판 판결에 대한 불복수단인 '상고'와어느 날 새벽에 집행될 '사형집행'에 대하여 많은 생각에 빠지며 스스로 평안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런 가운데 세 번에 이은 부속사제의 방문을 그가 거절하였는데, 부속사제는 그의 평온을 깨뜨리며 억지로 마주한다.
그에게 건넨 부속사제의 말들은 불필요한 말들이었고, 그에게는 그저 또 다른 부조리함이었고, 공허하게 울리는 메아리같았다.
남겨진 시간들이 소중하여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사형수로서는 어이없는 시간낭비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안에 쌓아두고 있었던 수많은 생각들을 분노의 형태로 표출하며 자신의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며 자기 자신을 비로소 드러낸다.
이방인을 읽는 내내 처음부터 불편한 감정들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뫼르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재판과정에서 보인 뫼르소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뫼르소를 대신하여억울함을 느끼기도 했고, 엄청난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현실적으로는 실제 재판과정에서 범죄자를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부조리함이 이 세상에 없다고 할 수도없는 것이어서, 어디서든그 부조리함이 흙탕물처럼세상을 흐리게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진실이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어떤 것을 알아야 하는가.
사실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도 못하고,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또 다른 이방인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