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수열
마쓰시타 아키라 지음, 박상미 감역, 황명희 옮김 / 도서출판 성안당
3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수학을 포기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을 잘해서 종종 고득점을 받았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갑자기 높아진 수학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나도 결국 ‘수포자'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학을 좋아한다.
수포자가 수학을 좋아하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고 모순이라고 할지 모른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수학을 잘하지는 못해도 여전히 좋아할 수는 있는 것이다.
나는 이따금 수학과 관련된 책을 읽곤 하는데 이 책도 재미있게 잘 읽은 책이다.
하지만,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서 독서록에 넣을지에 대해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내 맘대로” 읽고 쓰는 독서록이라는 이름에 맞게 "내 마음대로" 독서록에 넣기로 정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수학을 좋아해서 이과계열 전공에 수학 교원자격증도 땄으며, 오디오, 비디오, 반도체 등을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수학, 그중 ‘수열’이라는 주제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학 관련 교양책이기는 하지만, 결코 수준이 낮다고 볼 책은 아니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이해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면서 넘겼다.
이 책의 주제인 수열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과정 수학 1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2021년 기준).
수열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이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숫자들이 어떤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으면 이를 수열이라 할 수 있다.
‘하나, 둘, 셋...’ 이렇게 나열된 숫자들도 수열의 일종이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하나, 둘, 셋...’은 초항 1(첫 번째 숫자가 1이라는 뜻), 공차 1(숫자와 이웃하는 숫자의 차이가 1)인 수열이다.
수열이라고 하면 꽤 어려운 수학 개념 같이 느껴지는데, ‘하나, 둘, 셋...’ 이렇게 나열된 숫자들을 보니 수열이라는 개념이 갑자기 쉬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수열이 왜 필요할까.
수열은 수학, 통계학, 물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수학적 도구가 되고, 실생활에서는 적립 저축액이나 대출상환액을 계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 책 단원이 끝나는 부분마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퀴즈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고, 수열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용어를 정리하면서, 그림과 도식으로 최대한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여 이해를 돕고, 역사 속 수학자들과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칼럼이 있어서 흥미를 끈다.
숫자들 사이에서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은 수열의 본질이다.
수열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숫자와 숫자 사이의 차이가 일정한 ‘등차수열’, 숫자와 숫자 사이의 비율이 일정한 ‘등비수열’, 수열 속에서 새로운 수열이 만들어지는 ‘계차수열’과 ‘군수열’이 있다.
시그마를 이용하여 수식을 표현하고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여 마치 외계어나 암호 같은 수식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준다.
‘논리야, 놀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점가에서 한동안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었다.
논리야, 놀자 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은 ‘논리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였고, 이후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당시 나도 논리학에 관한 책을 사서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수학적 귀납법’이라는 개념은 바로 그 '논리학' 책 내용을 떠올리게 내용들이다.
‘많은 이들을 수포자의 길로 인도하는 수학적 귀납법’이라고 작가가 소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수학적 귀납법은 철학적이고 논리의 구성과 흐름이 추상적이어서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음계의 단위이고 음악만을 연관 지어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도 수학적 개념이 녹아져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피타고라스 음계’라고도 불린다는 사실을 아는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 바로 그 피타고라스 말이다.
우리는 음악과 수학을 분리하여 따로 배웠기 때문에 음악과 수학을 연결하여 생각하기 어렵지만, 피타고라스는 도레미파솔라시도에 ‘수학’의 규칙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타고라스는 현악기에서 현을 누르는 길이와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높낮이를 ‘조화수열’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음계에 대하여 연구했다.
숫자를 무작위로 나열하는 수열을 '난수열'이라 한다.
기밀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그대로 메일에 첨부해서 보냈을 때 도청이나 해킹당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의사난수열'을 활용하여 송신자는 암호화하고 수신자는 복호 하는 과정을 거쳐서 데이터를 보호한다.
또한 공중 전파 신호에 노이즈(잡음)가 추가된 경우 '의사난수열'을 활용하면 원래의 송신하는 신호는 복원하고 노이즈의 영향은 줄이게 된다.
이것은 이어폰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수열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 건축물과 예술작품, 자연과 생물들, 아름답다고 규정된 많은 것들의 모습에서 황금비가 숨어 있으며, 황금비는 피보나치수열과 관련이 있다.
세상의 많은 존재들 속에서 다양한 숫자들이 있고, 숫자들 사이에 수열이라는 숨은 규칙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더라도 피보나치수열은 꼭 기억하고 싶다.
1,1,2,3,5,8,13,21,34,55....
벌써 숫자만 봐도 머리 아픈가?
이 글을 그냥 닫고 싶은가?
아니다, 정말 재미있다.
조금만 참고 읽어 보시길 바란다.
조금만...
앞의 숫자 두 개를 더하면 그다음 항의 숫자가 된다.
숫자와 숫자를 자세히 살펴보길 바란다.
1과 1을 더하면 그다음 숫자가 2
2와 3을 더하면 그다음 숫자가 5
3과 5를 더하면 그다음 숫자가 8
5와 8을 더하면 그다음 숫자가 13....
아까 위에 쓴 수열을 다시 적어보면,
1,1,2,3,5,8,13,21,34,55....
이제 눈에 보이는가?
이러한 규칙을 두고 나타나는 수열을 ‘피보나치수열’이라고 한다.
황금비, 황금나선, 대수나선, 펜로즈 타일 등은 ‘피보나치수열’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우리 주변에는 피보나치수열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하다.
황금비는 수많은 세월을 통하여 남겨진 건축물이나 예술작품의 비율에서 쉽게 발견되고, 황금나선, 대수나선 등은 나팔꽃, 달팽이 껍데기, 앵무조개, 은하계의 소용돌이, 매가 하늘에서 하강하는 법, 양의 뿔 등에서 보인다.
대부분의 꽃잎 개수, 잎이 나는 방법, 해바라기씨, 솔방울, 파인애플의 열매도 피보나치수열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들은 우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연 속 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것으로 선택되었고,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하였다.
자연 속에서 수열, 수학의 규칙을 발견하고, 건축물과 예술작품 속에서 숫자들의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랍고 재미있다.
꽃과 달팽이에게 물어본다.
꽃, 네가 무얼 안다고 피보나치수열대로 꽃잎의 개수를 갖고 있느냐.
달팽이, 너의 껍데기는 어찌 알고 황금나선, 대수사선의 모양과 각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돌아가느냐.
수학은 지루한 과목이고, 일상생활에는 활용할 수 없으며, 불필요하게 어렵기만 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수학을 시험 보는 과목, 점수를 올려야 하는 과목으로만 대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학은 재미있는 학문이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활용도가 높은 중요한 학문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과 집중력, 창의력이 길러지고 생각과 상상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
수열은 우리 주변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의미 있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수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낯선 학문이 아니며 수학을 통해 우리의 지성은 즐겁게 자극받고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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