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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내는 편지(프롤로그)

자동차 마니아 미국 한 달 살기

by 자칼 황욱익

처음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을 때는 2019년쯤이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지인들 사이에서는 맘모스 프로스젝트로 불렸다.

기간은 한 달을 잡았다.

한 달도 사실 부족하지만 그 안에는 40년 넘게 소식도 몰랐던 친척을 만나는 일정도 있었고, 두 개의 위시리스트가 있었다.

잡지사 시절부터 기획하는(잡지사에서는 생각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걸 현실로 만드는 게 진자 기획이다) 일을 많이 했던지라 비행기표부터 세세한 일정을 잡고, 방문처에는 미리미리 연락을 취해놨다. 그 기간만 거의 3달 정도 걸렸으며, 거기에 맞는 동선을 짜느라 며칠 밤을 새우기도 했다.

원래 계획은 모든 일정을 자동차로 다니는 것을 구상했었다.

시애틀을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네바다, 투싼, 내슈빌, 멤피스, 켄터키 등등이 일정에 있었는데 한 달 동안 이곳을 자동차로 다니는 것은 무리였다.

더군다나 날씨도 더운 6월이었고 보험 문제로 원래 계획했던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는(에어컨 없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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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난다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막상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 보면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지'라고 생각을 할 때가 많지만 떠나기 전의 준비가 어쩌면 더 즐겁고 설레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마 나는 전생에 소나 개미였을 것이다.

한 순간도 가만히 있는지 못하고 매 순간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는데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만큼 현자타임도 긴 편이다.

그래서 한 가지가 끝나기 전에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어느 정도 구상해 놓고 바로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플랜을 짜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사는 거 피곤하지 않냐?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다지 피곤한 것은 없다.

다만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점인데 그 역시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 이상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배운 덕에 아직까지는 피곤한 부분은 없다.

나는 계획적인 부분과 그렇지 못 한 부분이 늘 공존한다.

계획을 짜서 움직이겠다고 마음먹으면 최소 플랜 C까지는 준비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때도 많다.


몇 년을 벼르던 맘모스 프로젝트 내지는 자동차 마니아 미국 한 달 살기는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2022년 초에 시작되었다.

그래서 원치 않았던 백신도 3차까지 맞았고 현지에 업데이트되는 내용도 꼬박꼬박 살폈다.

그동안 물가도 많이 오르고 변한 것도 많았다.

몇 년 전 미국을 다녀왔을 때 생각하고 예산을 짰다가 이미 첫날부터 예산은 오버되었고, 자잘한 것들부터 조금씩 수정했다.


첫 기착지는 시애틀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경험치 쌓고, 견문 넓히고, 카가이들을 만나 펼쳐질 모험을 생각하니 예산 따위는 이미 머릿속 저 너머로 떠나 버렸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예산 늘 부족하고 어떻게든 그 예산만 한 경험을 찾으려고 한다.

경험은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면 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이번 자동차 마니아 한 달 살기는 시애틀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인 사무엘 장(장세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혼다자동차의 디자이너 출신(정확히는 크레이 모델러)인

그는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거의 모든 부분을 지원해 줬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해 줬다.


나는 짐을 최대한 간단하게 꾸리는 편이다.

해외용 옷이나 소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입던 옷 그대로 가져가서 입고 한국이나 외국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

내 짐은 '꿈으로 가득 찬 슈트케이스' 한 개와 백팩 한 개가 전부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에서 도와주는 분들에게 줄 작은 선물 몇 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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