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의례히 자동차 하면 내연기관을 떠올린다. 휘발유 엔진과 경유(디젤) 엔진 두 가지가 현재까지도 양립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를 거쳐 최근에는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등장했다. 엔진과 자동차의 역사는 항상 궤를 같이해 왔다. 자동차는 정확히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나 탈 것을 뜻하는데 각 국가별로 최초의 자동차를 논할 때도 이 기준이 매우 다양하다.
최초의 자동차에 대한 기준은 아직까지도 논란에 있지만 보편적으로 프랑스의 포병 장교 조셉 퀴노가 1769년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파르디에 아 바푀르(fardier à vapeu)를 선보인 것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독일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자동차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 이탈리아는 중세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태엽 수레를 최초의 자동차라고 얘기하며, 독일은 칼 벤츠가 1886년 공개한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내세우고 있다.
파르디에 아 바푀르가 최초의 자동차로 인정받는 이유는 기관의(사람이나 동물의 힘이 아닌 보조 장치의 힘으로 움직이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는 것인데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로 인정받는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내연기관 최초의 특허와 문서상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자신들도 내연기관에 대한 기술이 페이턴트 모터바겐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나 서류상 인증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인정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엔진(기관)은 자동차를 논할 때 어느 때고 빠지지 않는 기계이다. 엔진의 역사가 곧 자동차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엔진은 자동차의 여러 기준이 될 때가 많다. 참고로 자동차의 한자 표기인 自動車를 맨 처음 사용한 곳은 토요타다.
다양한 형태의 엔진이 등장
내연기관이 등장한 후에도 자동차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증기차와 전기차가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내연기관이 발전함에 따라 증기차와 전기차는 자취를 감췄고 자동차 회사들의 본격적인 엔진 기술 경쟁이 시작된다.
초기의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농기구를 만들던 대장간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당대 기술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증기기관 같은 초기 기관이 등장했고, 점점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했다. 칼 벤츠의 내연기관 역시 효율이 높지는 않았는데 1,000cc도 되지 않는 엔진은 3분의 2마력을 냈다고 한다. 참고로 얼마 전 토요타에서 내놓은 GR 야리스는 1.600cc 직렬 3 기통 직분사 터보엔진에 최고 출력은 272마력에 이르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배기량의 경차도 76마력 정도이다.
본격적으로 내연기관의 시대가 시작되자 자동차 메이커들은 엔진을 기술력의 상징이 되는 지표로 재시 했다. 지금이야 다운사이징, 자율주행, 첨단 엔포테이먼트가 기술력의 척도지만 자동차에서 엔진은 상당히 오랜 시간 자동차 메이커의 상징이자 아이콘, 기술력 과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대량생산이 시작된 시절에도 엔진은 자동차 산업의 척도와 같았는데 자동차회사라면 당연히 자체적으로 개발한 엔진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생산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에 대해 더 많은 개발비를 투자하고 보다 효율이 높은 설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부가티나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피아트 같은 회사들은 보다 높은 출력은 내기 위해 직렬 8 기통 엔진을 선보였으며 때로는 무모한 경쟁을 펼치며 무수히 많은 생명을 그 대가로 치르기도 했다. 지금이야 엔진에 관련된 사항은 필드테스트 보다 연구소의 컴퓨터나 첨단 프로그램이 최적의 효율이나 출력을 계산하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을 사람이 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효율을 올리기 위해 기통수를 늘리는 것과 실린더 배치를 변경하는 것에 주목했다. 대형 엔진으로 보편화된 V형 엔진도 생각보다 오래된 구조이다. 최초의 V형 엔진은 전설적인 엔진 설계자인 빌헬름 마이바흐가(메르세데스-벤츠의 그 마이바흐다) 1889년 다임러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후 V형 엔진은 부피가 큰 직렬 엔진을 대체했는데 최초의 V8 엔진은 자동차가 아닌 보트와 항공기에 먼저 사용했다.
작은 배기량으로 비교적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었던 V4 엔진은 란치아가 가장 유명했다. 1922년 람다부터 V4 엔진을 사용한 란치아는 1970년대 풀비아까지 V4 엔진 모델을 생산했다. 포드에서 개발한 V4 엔진은 보다 많은 차종에서 사용했다. 타우너스를 비롯해 컨실, 카프리, 1세대 머스탱, 사브의 95와 96에서도 V4 엔진을 사용했었다. 1980년대 이후 V4 엔진은 비슷한 배기량의 직렬 엔진(2,000cc 이하)의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 공정이 간단해 짐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반면 여전히 고출력을 필요로 하는 대배기량에서는 V6 이상 엔진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쉽게 설명해 4 기통까지는 직렬 엔진이, 6 기통부터는 V형 엔진이 보편화된 것이다. 직렬 엔진과 V형 엔진 외에도 플랫엔진(박서엔진)과 H형 엔진이 있었지만 제한적인 차종에서만 사용해 대중적이지는 못했다. 일부 플랫엔진은 포르쉐와 스바루에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직렬 엔진이나 V형 엔진처럼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엔진이 가장 익숙하지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로터리 엔진은 타원형의 하우징 안에 삼각형의 로터를 돌려 동력손실을 줄인 엔진이다. 1951년 독일의 펠릭스 반켈 박사가 개발한 로터리 엔진은 한때 꿈의 엔진으로 불릴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피스톤을 사용하는 왕복운동 엔진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무게가 가벼우며, 배기량도 절반 수준 이하인 로터리 엔진을 탑재한 첫 양산차는 NSU에서 등장했으나 신뢰할 수 없는 내구성과 높은 연비(연료 소모가 높음), 배기가스가 늘 문제였다. 여전히 실험단계에 가까웠던 로터리 엔진은 NSU의 바이크와 양산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콘셉트카인 C111, AMC 페이서 등에 사용하면서 계량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로터리 엔진에 관심을 보인 자동차 메이커들은 상당히 많았다. 포드와 GM, 닛산, 시트로엥 등 대중차 메이커들은 로터리 엔진의 획기적인 구조에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특허는 1961년 마쓰다에 팔렸고(28억 엔) 마쓰다만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로터리 엔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쓰다는 로터리 엔진을 가솔린 외에 디젤과 수소,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계량했으나 양산 예정은 현재 미정이다. 최후의 로터리 엔진 자동차는 마쓰다 RX-8으로 지난 2012년 단종됐다.
시각적으로 V8 엔진을 가로로 두 개 연결한 것처럼 보이는 W16 엔진은 현재 폭스바겐 그룹 산하 슈퍼카 브랜드인 부가티에서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이 점점 소형화되는 와중에 폭스바겐의 W 엔진은 부가티와 아우디, 벤틀리의 콘셉트 모델에서도 선보였다. 폭스바겐 그룹은 W16 보다 사이즈가 작은 W12(시각적으로 V6 엔진을 가로로 두 개 연결한 것처럼 보이는) 엔진을 벤틀리 컨티넨탈 GT, 플라잉 스퍼, 벤테이가 등에 현재 사용 중이다.
#가끔 인터넷에 새로운 엔진이 등장하면 '8개 실린더 중에 2개를 잘라 6 기통을 만들었다' '6개 실린더에 2개를 붙여 8 기통을 만들었다' 'V8 엔진 두 개를 이어 붙어 W16 엔진을 만들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주로 검증되지 않은 블로그나 전문가를 가장한 유튜브에서 나오는 얘기인데 엔진은 단순하게 자르고 이어 붙여서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각 엔진 별로 최적화된 점화 시기와 연료 분사량이 다르고 폭발 순서나 압축비 등등 엔진의 구조에 대해서 조금만 이해하고 있으면 저런 얘기는 결코 쉽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