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 두고 온 마음의 고향
또렷하게 사진처럼 기억되는 여행의 순간이 몇 있다. 그 중 하나는 버스를 타고 포르투에 들어서면서 보았던 창 밖의 모습이다. 열심히 스마트폰 검색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포르투갈 소년이 나를 톡톡치면서 창밖을 가리켰고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그렇게 나는 단박에 포르투를 좋아하게 되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허겁지겁 강가로 나가서 만난 야경은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여기 너무 좋아, 이런거 보려고 여행다니는 건가봐.'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틀을 예약했던 호스텔을 하루 연장하고 또 하루 연장하면서 계획보다 길게 머물렀다. 그렇다고 뭐 별걸 한 건 아니었다. 느즈막히 아침을 챙겨먹고 슬렁슬렁 강가를 걸어다니다가, 숙소에 들어왔다가 또 슬렁슬렁 도심을 걸어다니다가 다시 강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전부였다. 특별한 인연을 만나지도 않았고 기가 막히게 특별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난 포르투가 너무너무 좋았다.
포르투가 너무 좋아서 기념품도 잔뜩 사들고 왔다. 이 도시는 심지어 기념품도 예쁘다고 신나게 샀다. 내 책장에 놓인 컵과 방문에 걸린 에코백, 액자에 꽂힌 엽서를 보며 오늘도 역시 포르투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별걸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냥 가만히 강가에 앉아 있고 싶다. 한국에서 하루를 꼬박 날아가야 하는 작은 도시에 마음을 두고 온 것은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