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았기에 무너지지 않았다
오늘은 아기의 두 번째 어린이날이었다.
아빠 없이 보내는 첫 어린이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기다리지 않아서였을까.
연락도, 선물도 없었는데
우린 단 한순간도 허전하지 않았다.
도리어,
햇살 아래에서 뛰노는 아기와
손을 흔들어주는 이모부,
땀범벅이 되도록 안아주던 이종사촌 형아와 동갑내기 친구
그 틈에 있던 나는,
하루 종일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스스로에게도 놀라고 있었다.
‘아, 이렇게도 웃을 수 있구나.’
‘우리가 이렇게까지 괜찮을 수 있구나.’
무언가 오길 바라지 않았기에
상처받을 틈도 없었다.
누구의 빈자리를 메우려 애쓰지 않았기에
우리의 하루는 빈틈 없이 꽉 찼다.
아이에게 오늘은
사랑을 실컷 받아도 되는 날이라는 걸
온몸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해냈다고 믿는다.
사랑해, 아가.
오늘 너는 눈부시게 웃었고
그 웃음 안에서 나도 구원을 받았어.
그리고 함께 하루를 채워준
이모와 이모부, 형아와 동갑내기 친구에게도
작게, 그러나 진심으로 속삭인다.
“우리, 매년 오늘처럼 함께하자.”
이런 게 가족이고,
이런 게 사랑이라는 걸
나는 오늘 너를 통해 다시 배웠어.
오늘 너는,
엄마에게도 어린이날을 선물해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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