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의 비밀

욕심 많은 고등학생 (3)

by 김끈기

그런데 진료를 거부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복도에서 쓰러지고 기숙사에서 쓰러지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날들은 매일 반복되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일단 병원에 가서 들어보기나 하자.

그런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나보고 '고2병'이라고 한다. 중2병은 알아도 고2병은 무엇이란 말인가.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2학년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한다.


'아니, 이걸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기엔 내 마음은 너무 복잡한데?'


이 병원은 아니다 싶어 다른 병원 상담 예약을 잡았다. 그곳에서는 나에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과 불안정한 날들이 반복되어 몸으로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공황장애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아, TV에서나 봤지. 연예인들이 걸리는 병인줄 알았지. 보통 사람들도 걸릴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해요. 우선 이 약을 처방해줄테니 너무 힘들 땐 복용하시고 평소엔 편안하게 마음을 먹도록 노력해보세요."


선생님은 약과 함께 마음을 다스리라는 처방을 내려주셨다.

그러면 그 이후부터는 괜찮아졌을까? 답은 '아니'다.

학교에서 쓰러지면 집에 가는 생활이 반복되었고, 나는 아픈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학교에서는 아픈 학생으로 유명했다.


공황장애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공황장애와 싸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공황장애에 더해 우울증까지 걸려버렸다.

평범하게 숨쉬고 평범하게 걸어다니고 평범하게 대화하는 모든 순간이 뒤집혔다. 언제 쓰러질지 몰라 불안하고 언제 발작할지 몰라 두려워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살다가 만난 나의 고3 담임선생님은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는 분이었다. 나의 꾸준한 기도에 응답하신 신께서는 따뜻한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셨고 나는 드디어 나를 괴롭히는 외부 요인 한 가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우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감이라고 생각하셨던 듯 하다. 교감선생님과 싸워 나를 기숙사에서 벗어나게 해주셨고 아플 때면 보건실에 가서 쉴 수 있게 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보건실 단골이 되어 보건선생님과 친해지기도 했다.


이전의 1학년, 2학년 때와는 수월하게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다. 이 체력으로는 나를 수능날까지 끌어오기가 힘들다고 판단하여 선생님과 상담 끝에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으로 수시를 지원하기로 했다. 면접도 잘 보고 교과목 선생님께 추천서도 받고 많은 분들의 도움 끝에 서울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학교를 떠나는 졸업식 날, 나는 울지 않았다.

항상 어디를 떠나는 날엔 아쉬움에 울었던 나다. 이때까지 졸업식을 두 번 치르긴 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식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지 못하는 것에 눈물이 났었다. 그런데 이 고등학교를 떠나는 순간에는 '아, 잘 있어라, 학교야.'하며 미련 하나 없이 떠나왔다.

아, 조금 울긴 했다. 고2 담임선생님과 헤어질 땐 이게 무슨 감정인지 밉기도 하고 그동안의 행동들이 이해되기도 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서울에 간다.

대학에 가서 나는 괜찮았을까? 그 의사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고2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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