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홍주빛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꽃은 피어난다.
햇살에 이마를 들이밀고,
이슬을 꼭 안은 채—
누구의 발걸음도
닿지 않는
오솔길 옆,
별빛처럼
은은히 피어난다.
참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직이 말을 건다.
“부끄러워 말아라.
네가 작다고
세상도 작은 것은 아니니까.”
그 말을 들은 너는
오늘도,
조용히 피고 있다.
이 시는 미니시집 《이름 없는 꽃에게 쓰는 편지》에 수록된 시의 초안입니다.
시집에서는 더 깊어진 이야기와 함께, 그 꽃에게 띄우는 진짜 편지를 만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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