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홍주빛
비탈진 언덕에 서서
지나는 바람도
묵묵히 막아내던
튼튼한 대추나무.
새떼에겐
가지 하나씩 내어주며
말없이 품어주었지.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리는 벼이삭 위해
뭉게구름을 불러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
통통히 살 오른
이삭을 지켜내며,
오늘도 왕대추나무는
다정히 손짓하며 말한다.
“가을이 내 팔에 걸렸어요.
바람을 따라
조심스레 와서
한 입 베어 물어보세요.
참 달콤하답니다…”
아가 사과만큼
탐스러운 왕대추.
달콤한 향,
대추나무 가지 위로—
성큼성큼,
가을이 걸어온다.
<작가의 말>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 시는 대추나무라는 존재를 통해,
말없이 돌보는 사랑과 계절의 선물 같은 감정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자연을 닮은 시 #가을의 감성 #대추나무이야기 #조용한 위로 #벼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