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기로 하다

공돌이의 운명

by 무빵파파

처음부터 서울을 떠날 생각은 아니었다.
사실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본 적조차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왜 이과를 선택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릴 적 과학상자 조립을 즐겼고, 화학 실험을 재미있어 했으며, 장래희망 칸에는 늘 과학자를 적어 넣곤 했다.


그 때문일까.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시기,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생명과학과를 선택했다.

내가 입학하던 당시, 복제양 ‘돌리’로 인해 생명과학 분야가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 열기를 따라 나 역시 대학에 들어갔고, 군 복무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졸업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친구는 대학원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의학전문대학원 시험 준비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공부할 여력이 없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비가 저렴한 국공립대학에 다닌 것만 해도 다행이었는데, 대학원이나 의전원은 생각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루라도 빨리 취업을 하자.


문제는, 생명과학 학부만 졸업해서 갈 수 있는 직종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제약회사의 영업직이었지만, 나는 성격상 영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연구직?
하지만 돌리 같은 연구를 하려면 박사까지는 가야 했고, 그것은 내 형편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학교에서 주관하는 취업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제약회사의 공장에서는 학사 졸업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합니다.”


그 말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공장은 집 근처에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돈을 벌어야 했고, 그래서 결국 지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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