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정류장에서

by 명희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나는 차분히 정류장 앞에 서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아이를 데리고 있어 줄 수 있나요?”


순간 당황했지만, 9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눈앞에 서 있었다.

나는 버스가 올 때까지만 지켜보겠다고 대답했다.


멀리서 버스가 다가왔고, 아이에게 “곧 엄마가 오실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한 뒤 나는 버스에 올랐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창밖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데도, 정류장에 남겨진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나는 수영오거리에서 내려 다시 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때 한 승용차가 내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더니, 놀랍게도 그 아이가 차에서 내려졌다.

차 주인분이 소리를 질렀다.

“애를 그냥 두고 가시면 어떻게요! 애가 우리 집까지 찾아왔잖아요!”


아이를 태운 차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나는 다시 그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동네로 향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너희 엄마는 언제쯤 오실까? 나도 내 집에 가야 하는데…”


그 순간 아이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았다. 이 아이가 아픈 아이였다는 것을.

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몸부림쳤다.

결국 112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애 엄마가 아이를 두고 갔다는 거죠?”
“네. 데리고 있으라고만 하고 지금까지 안왔어요.”


경찰과 함께 마을을 수색하는 동안, 한 부부가 나타나 그 아이 엄마를 안다고 했다.

곧이어 골목 끝에서 아이 엄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그녀는 아까 보았던 얼굴과는 전혀 달랐다. 깊은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표정이었다.


“애를 두고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힘들어서요. 앞이 보이지 않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꿈은 거기서 끝났다. 하지만 눈을 뜨고도 그 장면이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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