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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와 일상 사이, 그 온도의 차이

by 램프지니

발리의 햇살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커튼을 밀어 올리고, 창가로 들어온 빛은 내게 하루를 시작하라기보다 “조금 더 머물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도, 길을 걷는 데에도, 말 한마디를 꺼내는 데에도 여유와 미소가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리듬은 바다의 파도처럼 일정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시드니로 도착한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다시 익숙한 도시의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온 순간, 나는 그 여유의 결이 달라짐을 느꼈다. 차를 운전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가방을 풀고, 다음 날의 일정을 정리하는 사이, 마음은 아직 발리에 남겨놓고 온 내 몸은 삐걱거리며 빠르게 ‘일상’의 속도로 돌아왔다. 아마 휴가와 일상에서 오는 온도차이 때문이겠지?


휴가의 시간은 ‘소유’보다 ‘존재’에 가까웠다. 무언가를 이루거나 쌓는 대신,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곳에서는 시계보다 햇살이 시간을 알려주었고, 계획보다 기분이 방향을 결정했다. 반면 일상은 다시금 나를 ‘해야 할 일’의 세계로 불러들였다. 시계의 초침은 다시 분명한 소리를 냈고, 메모장에는 끝나지 않은 목록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휴가와 일상은 한 사람의 삶 안에서 맞닿은 두 개의 리듬이다. 휴가가 나를 숨 쉬게 했다면, 일상은 그 숨을 이어가게 만든다. 휴가가 ‘쉼’이라면, 일상은 그 쉼을 살아내는 연습이다. 결국 진짜 의미의 여유는 바다를 마주한 발리의 리조트가 아니라, 출근길 막히는 도로 위에서도 한 모금의 숨을 고를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휴가를 떠올리며 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발리의 석양이 주던 평화는 그 장소에 있던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가 깨어난 순간은 아니었을까?


결국 우리는 휴가를 통해 ‘다른 나’를 만나고, 일상을 통해 그 ‘다른 나’를 지켜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오늘의 커튼을 열며 읊조린다.

발리의 아침에 느낀 그 숨을 느끼며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오늘도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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