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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주로

#1

by 램프지니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나?.

꿈에도 몰랐다.


영어 스트레스와 타국에서의 외로움으로 삐쩍 마른 내 모습을 본 엄마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이걸 어째, 이러고 공부를 어떻게 했어?”

매일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만드셨고 하루 세끼, 배가 터지도록 먹여야 했다.

마치 지난 10개월 동안 못 먹었던 걸 한꺼번에 보충해야 하는 미션이라도 생긴 것처럼, 엄마는 만들고 나는 먹고 또 먹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조금씩 다시 채워질 즈음, 엄마는 조심스레 말했다.

“외국 경험도 했으니, 안 가면 안 되겠니? 그냥 여기서 하면 안 돼?”

엄마는 나를 달래기도, 어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가야지, 엄마. 중간에 그만두면 이것도 저것도 안 돼.”

속마음은 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기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동안 친구들과의 못다 푼 회포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0개월 동안 사라진 내 사투리 억양이 잔뜩 불편한 친구는 내게 단호하게 말했다.

“너 말 똑바로 안 해!” 순간 놀란 내입에선 다시 사투리가 술술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배꼽 잡고 웃었다. 그렇게 허물없던 친구와 헤어져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랭귀지 스쿨을 같이 다녔던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너 혹시 소식 들었니?”

“무슨 소식이요? “


호주 정부가 갑자기 또 정책을 바꿨다는 소식이었다. 프라이팬 뒤집듯 자주 바꿨다.

전에는 간호학과 1년에 실무 경험 1년이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제는 실무 경험 없이 간호학과 2년만 마쳐도 바로 신청이 가능해졌다.

두 가지 선택지 중 원하는 대로 고르면 되는 거였다.


처음 유학을 떠날 때 계획했던 건 랭귀지 스쿨 1년에 간호학 1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과 달랐다.

생각보다 영어가 어려웠고, 짧은 영어실력으로 실무 경험까지 병행하는 건 버거울 것 같았다. 또 실무경험을 쌓을 병원에 취직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결국 재정이 빠듯하지만 간호학 2년을 선택하기로 했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뜻밖의 변수가 생기기에, 그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게 아닐까.

달갑지 않은 변수에 깨춤을 춰야 하는 우리는, 그만큼 고달팠지만 그게 또 인생의 매력이다.


그렇게 달콤했던 세 달의 휴가를 마치고, 나는 다시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침 햇살에 비춘 상공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창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도시, 익숙한 거리, 그리고 익숙한 시드니 공항.

하지만 호주로 다시 오는 길은 처음 올 때와는 조금 달랐다.

이제는 그곳이 낯선 곳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내 삶이 기다리는 곳이었으니까.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나의 미래에 조금은 더 설레고 또 조금은 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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