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쓰러진 벼 앞에서 묻는 행복

by 지선

아이야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은 소유하는 걸까?

그렇다면 소유하지 못하면, 행복도 가질 수 없는 걸까?

성공하면 행복할까?

성공이 행복을 보증한다면, 왜 성공한 자들의 웃음은 때로 공허할까?


행복하면 웃음이 솟을까?

그 웃음이 순간의 표정에 그친다면, 그것은 진짜 행복의 증거일까?

그렇다면 웃음은 단순한 표정일까, 아니면 내면이 흘려보낸 증거일까.


너의 태도를 사람들이 웃음거리로 삼았다면,

그들의 웃음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비웃음일까, 낯섦일까, 두려움일까.


그들의 웃음과 나의 웃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깥의 웃음은 흩날리지만, 안의 웃음은 오래 남는다.

타인의 웃음은 무대의 반응이고, 나의 웃음은 삶의 증거다.

내 안에서 그것이 행복한 감정으로 피어난 행동이었다면,

내 웃음은 세상이 주는 반응이 아니라, 내가 나를 납득한 순간의 울림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걸어가는 태도에 달려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걸어가다 멈추는 순간, 행복은 사라지는 걸까?

만약 성공이 없다 해도, 나는 내 길을 걷는 기쁨으로 웃을 수 있을까.

만약 웃음이 행복의 그림자라면, 스스로 그 그림자로 자신을 비출수 있을까.


농부의 수확의 계절.

비가 내려 벼가 쓰러졌다.
수확은 줄어들고, 수익의 길은 좁아졌다.
농부의 손길로 다 막을 수 없는 몫이 자연에게는 있다.

나는 해마다 이 장면을 마주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쓰러진 들판 앞에서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정신을 훈련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꿈으로 하루를 쌓는다.

이 과정은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아이야. 너에게 울림이 되기에 나는 부끄럽지 않게 서고자 한다.


행복은 모양에 있지 않다.
행복은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있다.


그런데 만약

정신이 흐릿하다면 태도만으로 행복을 지탱할 수 있을까?

내 안에 새겨진 결이 희미하거나 왜곡되었다면,

태도는 어디에 맞춰가야 할까?


손에 잡힌 무언가는 언젠가 흩어지지만,

그 순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쥐었는지는 남는다.


아이야.

행복은

불꽃처럼 피어오를 수도 있고,

등불처럼 오래 타오를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성공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도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오늘을 살아내는가에 달려 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였다.

내 손이 쥐는 태도와, 내 발이 걸어가는 태도에 달려있다.

내 정신의 증거이다.

keyword
이전 13화정신, 씨앗이 되어 !